잡학사전/음식 잡학 125

바칼라우(대구), 세계 역사를 바꾼 음식.

바칼라우(대구), 세계 역사를 바꾼 음식. 동양의 칭기즈칸이 장거리 원정을 위한 전투 식량으로 육포를 만들었다면, 서양에서는 고대 스페인 동북부 바스크 지역에서는 생선을 햇볕에 말린 마른 대구와 소금에 절인 절임 대구를 만든다. 대구는 차가운 물을 좋아해서 대륙붕이 가까운 북반구의 대서양에 많이 사는데, 대서양 대구는 보통 길이가 1m가 넘고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 불렸다. 또 대구는 무게도 30kg가 넘는 대형 고기로, 큰 입만큼 엄청난 대식가... 이런 엄청난 식욕 때문에 잡기도 쉬웠다. 바스크족은 대구를 잡기 위해 콜럼버스 이전에 이미 신대륙의 포틀랜드까지 진출, 대구를 잡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그들은 북아메리카 해안에서 엄청난 대구 떼를 발견하고 그곳을 독점하기 위해 발견 장소를 비밀에 부..

순무 김치, 나이를 거꾸로 먹게 하는 음식.

순무 김치, 나이를 거꾸로 먹게 하는 음식. 가끔 김포대교를 건너 30분 정도면 닿는 강화도로 드라이브를 다녀오곤 하는데, 잘 정돈된 해안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마음이 상쾌해져 스트레스가 달아나는 느낌이 든다. 원래 강화도는 몽고군의 침입을 피해 왕실이 피난 갔던 곳... 이때 강화도 해안을 따라 돌과 흙으로 진지를 세웠는데, 진 또는 보라고 부르는 곳은 성의 일부를 의미하고 주변보다 높고 평평한 곳인 돈대는 일종의 작은 요새를 뜻한다. 바다를 통해 침입하는 적을 발견하기 위해 만든 작은 성이라면 당연히 조망이 좋은 곳을 선택했을 터, 따라서 진, 보, 그리고 돈대는 현재 강화도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곳이라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강화도는 볼거리도 많지만, 특산물과 먹거리도 ..

고추, 신대륙에 숨어있던 보물 향신료.

고추, 신대륙에 숨어있던 보물 향신료. 김치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특히 겨울철에 먹을 김치를 담그기 위해 가족과 친척들이 둘러앉아 김장하고 이를 나누어 먹던 풍습은 우리의 아름다운 나눔 문화... 이런 우리의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김장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고추다.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 향신료 탐험은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게 만들고 자신이 발견한 땅을 인도라고 착각한 콜럼버스는 후추를 찾지 못했지만, 대신 감자와 고추를 발견한다. 그는 고추에 대해 후추보다 더 좋은 향신료라고 일기에 적기도 했다. 이렇게 유럽으로 전파된 고추는 16세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상인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퍼져 나가 한 세기 만에 전 세계..

빈대떡,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떡이었을까?

빈대떡,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떡이었을까? 빈대떡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조선 시대에 흉년이 들면 세도가들이 남대문 밖의 빈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종을 보내 떡을 던져 주었다는 설이다. 물론 이때 던져 준 빈대떡은 고기 등이 들어간 것이 아닌 녹두 분말을 묽게 하여 파나 미나리 정도만 넣고 부친 것... 또 다른 설은 고려 초 가난한 집에 고귀한 사람이 오자 납작한 떡을 만들어 대접했는데, ‘손님 빈(賓)’자에 ‘접대할 대(待)’자를 써서 ‘빈대떡(賓待떡)’이라고 불렸다는 것... 그리고 정동의 가난한 집에 빈대가 많아 빈대 골이라 불렀는데, 이곳 사람들이 팔던 떡이 납작한 빈대 같이 생겼다고 해서 빈대떡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그밖에 1870년 한의사 황..

육포, 칭기즈칸 신화를 만들어 낸 음식.

육포, 칭기즈칸 신화를 만들어 낸 음식. 13세기 칭기즈칸의 몽골군이 넓은 중국의 대륙을 비롯해서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 일대를 빠르게 정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던 몽골 기병의 빠른 기동력 덕분이었다. 보통 몽골 기병 한 명이 서너 마리의 말을 이끌고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가 200Km에 달할 때도 있었다는 기록을 보면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빠른 속도... 칭기즈칸이 전쟁으로 정복한 땅은 알렉산더 대왕과 나폴레옹과 그리고 히틀러, 이 세 명의 정복자가 차지한 땅을 합친 것보다 더 넓었다. 고대부터 대규모의 부대가 기동할 때는 그 뒤를 따라가서 군인들의 식량과 보급품을 지원하는 병참 부대가 필수였다. 어떤 경우는 전투병보다 이런 병참 부대 인원이 더 많아..

감자,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가 담긴 음식.

감자,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가 담긴 음식. 농업혁명 이후 1만여 년이 지나도록 식량 생산의 증가는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고 산업혁명 이전까지도 인류는 기아와 영양부족에 시달렸다. 이렇게 부족과 결핍은 인류의 숙명이었는데, 그런 인류에게 신대륙 발견 이후 구대륙에 전해진 감자는 신의 선물이었다. 감자는 잘 자랐고 씻어서 익히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 그리고 밀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감자가 빠르게 흉년이나 기근이 심할 때 농작물을 대신하는 구황식물의 대표로 자리 잡게 된 배경... 유럽에서 가장 먼저 감자를 식용작물로 재배한 곳은 17세기 초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감자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이었고 영국의 가혹한 지배로 빈곤에 허덕이던 아일랜드인들이 감자..

왜 크루아상은 반달 모양을 하고 있을까?

왜 크루아상은 반달 모양을 하고 있을까? 프랑스어 'Croissant'은 초승달이라는 의미로 크루아상이라는 이 빵은 밀가루 반죽 안에 버터를 올려놓고 겹겹이 접어서 반죽과 버터가 교차되는 구조로 만든 뒤 삼각형으로 잘라서 돌돌 말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든다. 이 빵은 지방분이 많으면서 짭짤해서 유럽에서는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데,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크루아상은 윗면에 시럽을 발라 달콤한 맛을 낸다. 하루 정도 되어도 버터가 함유되어 있어 단면이 보이게 잘라서 기름 없는 약 불에 구워만 먹어도 맛이 있는 빵이다. 이렇게 크루아상은 버터의 달콤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빵으로 이 빵의 특징은 반달 모양으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17세기 후반 오스트리아는 오스만튀르크와 전..

더덕 강정(蜜餠), 임진 전쟁의 영웅을 조롱감으로 만든 음식.

더덕 강정(蜜餠), 임진 전쟁의 영웅을 조롱감으로 만든 음식. 조선 시대 위정자들의 잘못으로 전쟁이 발발해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의 몫이지만, 힘없는 백성들은 분풀이할 곳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왕을 욕했다가는 목숨을 부지하지 어렵고 보기 싫은 정치인에게 욕을 했다가는 권력을 가지고 해코지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만만한 것에 욕을 퍼부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바로 음식으로, 더덕 강정에도 처신을 잘못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인조반정으로 자리에서 쫓겨난 광해군은 식탐이 많아 맛있는 음식을 얼마나 밝혔는지 당시 한양에 임금을 조롱하는 노래가 널리 퍼졌다. 그때 퍼진 가사가 조선왕조실록의 ‘광해군일기’에 실려 있는데, ‘처음에는 사삼각로(沙蔘閣老)의 권세가 위세를 떨치더니 지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