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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떡이었을까?

화별마 2023. 10. 15. 10:09

빈대떡 사진

빈대떡,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떡이었을까?

 

빈대떡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조선 시대에 흉년이 들면 세도가들이 남대문 밖의 빈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종을 보내 떡을 던져 주었다는 설이다.

 

물론 이때 던져 준 빈대떡은 고기 등이 들어간 것이 아닌 녹두 분말을 묽게 하여 파나 미나리 정도만 넣고 부친 것...

 

또 다른 설은 고려 초 가난한 집에 고귀한 사람이 오자 납작한 떡을 만들어 대접했는데, ‘손님 빈()’자에 접대할 대()’자를 써서 빈대떡(賓待)’이라고 불렸다는 것...

 

그리고 정동의 가난한 집에 빈대가 많아 빈대 골이라 불렀는데, 이곳 사람들이 팔던 떡이 납작한 빈대 같이 생겼다고 해서 빈대떡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그밖에 1870년 한의사 황필수가 지은 명물기략(名物紀略)’에는 중국의 밀가루 떡인 알병(餲餠)()’자가 빈대를 가리키는 ()’자로 잘못 알려져 빈대떡이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해방 직후 국어학자 방종현은 조선 시대 통역관들을 담당했던 사역원에서 최세진에 의해 간행된 중국어 교본의 우리말 해석본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 속에 병식자(餠食者)’의 중국식 발음 빙져가 등장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빙져는 녹두를 맷돌에 갈아 지져 먹는 떡으로 이것은 빈대떡이 우리 고유 음식이 아니라 중국에서 유래된 음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빙져라는 단어가 17세기에는 빙쟈로 변했고, ‘빙쟈는 19세기말 문헌에서는 빈쟈으로 바뀌었는데, ‘음식디미방에도 그 이름이 빈쟈라고 나온다빈쟈을 언급한 19세기말 문헌, 빙허각 이 씨의 규합총서에서는 빈대떡을 빙자라고 쓰고 있다.

 

이런 사실을 보면 19세기까지 빈대떡은 꿀과 잣, 대추 등 귀한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떡과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빈대떡이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은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살기가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면서... 이들은 자본이 들지 않으면서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빈대떡 장사를 했는데. 당시 녹두 값이 가장 쌌기 때문이다.

 

기록을 보면 조선 시대 궁궐에서도 제의할 때 각종 적을 올려놓기 전에 고배의 밑바닥에 놓는 용도로 빈대떡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하면 녹두전 위에 올린 음식들이 맛있는 양념과 기름이 배어 빈대떡은 훌륭한 음식이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