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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신대륙에 숨어있던 보물 향신료.

화별마 2023. 10. 17. 12:30

고추 이미지

고추, 신대륙에 숨어있던 보물 향신료.

 

김치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특히 겨울철에 먹을 김치를 담그기 위해 가족과 친척들이 둘러앉아 김장하고 이를 나누어 먹던 풍습은 우리의 아름다운 나눔 문화...

 

이런 우리의 김장 문화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김장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고추다.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 향신료 탐험은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게 만들고 자신이 발견한 땅을 인도라고 착각한 콜럼버스는 후추를 찾지 못했지만, 대신 감자와 고추를 발견한다그는 고추에 대해 후추보다 더 좋은 향신료라고 일기에 적기도 했다.

 

이렇게 유럽으로 전파된 고추는 16세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상인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퍼져 나가 한 세기 만에 전 세계로 전해지는데, 그만큼 고추는 신대륙과 함께 발견한 보물이었던 셈...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지는 400년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로 임진전쟁 전후로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남미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고추는 포르투갈 무역선에 실려 1540년대 마카오와 중국 무역항에 도착한 뒤 1543년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 일본 규슈까지 전해진다.

 

그렇게 일본을 거쳐 지금의 부산인 동래 왜관으로 들어온 고추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김치는 고추 맛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이지만, 김치가 원래 매웠던 것은 아니었다.

 

김치의 어원은 국물이 많은 절인 채소라는 의미의 침채인데, 여기에 고추를 넣어 담그게 된 것은 1700년경부터... 그전에는 마늘이나 산초, 생강, 파 등을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를 사용하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발효시켜 먹었다고...

 

1614년에 편찬된 지봉유설을 보면 고추를 일본에서 전래되었다고 해서 ‘왜개자(일본에서 들어온 겨자)’라 불렀고,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왜초라고 기록한다.

 

당시에는 고추를 일본인이 조선인을 독살할 목적으로 가져온 독초로 생각해서 멀리하다가 향신료 가격이 오르자 차츰 고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18세기에 들어 김치나 젓갈의 맛이 변하는 것을 방지하고 냄새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비로소 매운맛의 재료로서 자리 잡은 것이다.

 

그 후 고추를 고초라고 불렀는데, 후추같이 매운맛을 내는 식물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이런 과정을 거쳐 고추의 매운맛이 서민 밥상에 오른다.

 

이 시기가 19세기 초반이니 한국 요리가 맵다는 고정관념은 실제 2백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당 하루 고추 섭취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유일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