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음식 잡학 125

호떡, 양귀비가 이 맛에 빠진 이유는?

호떡, 양귀비가 이 맛에 빠진 이유는? 756년 반란을 일으킨 안녹산이 수도 장안으로 쳐들어오자 다급해진 현종은 궁궐을 버리고 쓰촨성 파촉으로 피란 간다. 장안에서 25Km쯤 되는 함양의 망이궁에 다다를 무렵 급하게 피란길을 떠나는 바람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현종 일행은 배가 고팠다. 그러자 양국충이 시장에서 호떡을 사서 현종과 양귀비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자치통감’과 역대 중국 역사책 중 흥미로운 이야기만 골라 모은 ‘이십사사통속연의(二十四史通俗演義)’에 실려 있다. 그렇다면 1300여 년 전 황제가 배가 고프다는데 좋은 음식 다 놔두고 왜 호떡을 사서 바쳤을까? 아무리 급하게 떠나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불과 60리쯤 왔을 뿐인데... 당시 호떡은 서민들의 군것질거리나 값싼 길거리 음식이 아니었다. ..

팝콘, 펑펑 터지는 초원의 황금 알갱이.

팝콘, 펑펑 터지는 초원의 황금 알갱이. 옥수수 알갱이 하나에는 수분이 14%의 들어 있는데, 온도가 205도까지 올라가면 두꺼운 껍질 속에 갇혀 있던 수분이 수증기로 변해 터지면서 팝콘이 된다. 그리고 옥수수 알갱이 하나의 부피가 0.1ml 인데 팝콘으로 변신하면 366,000배로 늘어난다. 유난히 날씨가 무덥던 어느 여름날, 들판에 심어놓았던 옥수수밭에서 일제히 옥수수 알갱이가 터지면서 팝콘이 하늘을 덮었다. 하늘에서 하얀 팝콘 송이가 쏟아져 내리자 이 광경을 본 소와 돼지들이 눈보라가 치는 것으로 착각, 얼어 죽었다는 오래된 미국 원주민 인디언 전설이 전해온다. 이 인디언 전설처럼 1950년 9월, 한국 전쟁 중 미 해군 조종사 닐 스미스가 불가사의한 나비 폭풍에 휘말려 비행기를 한국의 외딴 산간 ..

치즈, 이름에 수도원이나 수도사의 명칭이 들어있는 이유는?

치즈, 이름에 수도원이나 수도사의 명칭이 들어있는 이유는? 한때 화제가 되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을 보면, ‘치즈는 부지런한 자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치즈는 ‘희망’이나 ‘성취’ 등을 의미하는 상징적 의미지만, 정말 잘 어울리는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환상적인 맛을 가진 치즈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지를 배우다 보면, 결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의 산물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헌상의 기록으로 남겨진 치즈의 역사는 무려 BC 3,5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점토판 문서에 남아있다. 같은 시대, 오리엔트 일대의 유적에서도 치즈 제조용 기구로 보이는 토기가 출토되었고, B..

전주 콩나물 해장국과 모주 그리고 욕쟁이 할머니와 삼백집.

전주 콩나물 해장국과 모주 그리고 욕쟁이 할머니와 삼백집. 남자들의 이야기 중에 재미없는 이야기가 세 개가 있는데, 그 첫째가 군대 이야기, 둘째가 축구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군대에서 축구를 한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제일 재미없는, 내가 경험한 군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군 생활을 처음 한 곳은 전북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 그곳은 곶감의 주산지로 알려져 있고, 감으로 만든 감식초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3대 저수지 중의 하나인 대아리 저수지가 있으며, 그 저수지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황 쏘가리가 서식하기도 한다. 사실은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본론은 주말이면 전주로 외출이나 외박을 나와 지금도 눈앞에 삼삼하게 어리는 김이 모락모락 나던 아침 해장국인..

불도장(佛跳墻), 스님도 담을 뛰어넘어 맛본 요리.

불도장(佛跳墻), 스님도 담을 뛰어넘어 맛본 요리. 중국 황제들이 즐겨 먹는 고급 요리 중에 불도장(佛跳墻)이라는 요리가 있다. 최고의 청나라 궁중 식사로 문자 그대로 만주족과 한족 전체의 요리인데, 3일 동안 계속해서 먹고 마시는 식사인 만한전석(滿漢全席)에 등장한다고 해서 유명한 요리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고급 중국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있는 중국 요리인 불도장(佛跳墻)은 원래 18종류의 주재료와 12종류의 보조 재료 등 모두 30종의 음식 재료에 중국의 전통 명주인 샤오싱주(紹興酒)를 넣어 요리하는 음식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닭고기, 오리고기, 전복, 오리발, 상어, 지느러미, 해삼, 말린 조개, 부레, 새우, 구기자, 선인장 열매, 버섯, 죽순 등으로 푸젠성(福建省) 푸저우(福州)를 대..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와 미국은 와인 쟁탈전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와 미국은 와인 쟁탈전을 했다. 1945년 5월 4일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오스트리아 국경 인근에서 프랑스 제2기 기갑사단과 미국의 제101 공수사단이 베르그호프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한다. 베르그호프는 오버잘츠베르크 산 정상에 있는 히틀러의 별장이 있던 곳... 며칠 전 히틀러는 러시아 침공이 실패하자 베를린 벙커에서 자살한 상태였고, 군 장성들도 이미 도주해서 도시는 텅 빈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두 나라 군대가 마치 경주하듯 베르그호프 점령에 나선 것은, 그곳에 독일군이 프랑스에서 약탈한 최고급 와인 수십만 병과 귀한 예술품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도착한 프랑스 제2 기갑 사단장 필립 르클레르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

진주냉면, 기방문화에서 비롯된 야참 음식.

진주냉면, 기방문화에서 비롯된 야참 음식. 요즘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철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시원한 냉면... 손이 달라붙을 정도로 차가운 냉면 그릇에 살짝 살얼음이 보이는 시원한 냉면이 눈앞에 놓이면 그 어떤 무더위도 말끔히 가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냉면은 여름에 먹던 음식이 아니라 겨울철에 해 먹던 음식... 뜨거운 것은 열로, 차가운 것은 냉으로 다스리던 ‘以熱治熱(이열치열)’, ‘以冷治冷(이냉치냉)’ 문화의 하나로 엄동설한에 몸을 떨면서 먹던 음식이 바로 냉면이다. 우리나라 문헌상 최초로 냉면이 등장한 것은 ‘東國歲時記(동국세시기)’... 겨울철음식으로 메밀국수에 무김치와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은 냉면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高麗圖經(고려도경)’을..

토마토, 독이 든 늑대 복숭아는 과일? 채소?

토마토, 독이 든 늑대 복숭아는 과일? 채소? 토마토는 교과서에 ‘채소’로 분류하고 있다. 과일처럼 먹기도 하는데 왜 토마토가 채소일까? 그렇다면 과일과 채소의 차이는 무엇이고 왜 토마토는 채소로 분류되는 걸까? 일반적으로 과일은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 즉 목본성(木本性) 열매, 채소는 풀에서 열리는 열매, 초본성(草本性) 열매로 분류한다. 그런데 일 년생 풀에서 열리는 수박이나 딸기는 왜 채소로 분류하지 않을까? 과일과 채소를 구분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식사할 때 요리의 재료로 사용되면 채소, 식사를 끝낸 후 후식으로 먹으면 과일로 나누기 때문이다. 암튼 토마토의 위치는 참 애매하다. 서양 요리에서 토마토는 요리 재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후식으로 먹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