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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콩나물 해장국과 모주 그리고 욕쟁이 할머니와 삼백집.

화별마 2023. 7. 26. 18:42

전주 콩나물 해장국 이미지

전주 콩나물 해장국과 모주 그리고 욕쟁이 할머니와 삼백집.

 

남자들의 이야기 중에 재미없는 이야기가 세 개가 있는데, 그 첫째가 군대 이야기, 둘째가 축구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군대에서 축구를 한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하지만 오늘은 제일 재미없는, 내가 경험한 군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군 생활을 처음 한 곳은 전북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 그곳은 곶감의 주산지로 알려져 있고, 감으로 만든 감식초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3대 저수지 중의 하나인 대아리 저수지가 있으며, 그 저수지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황 쏘가리가 서식하기도 한다.

 

사실은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본론은 주말이면 전주로 외출이나 외박을 나와 지금도 눈앞에 삼삼하게 어리는 김이 모락모락 나던 아침 해장국인 콩나물 해장국과 모주를 먹던 오래된 추억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물론 당시 시내 한가운데 있던 미원 탑이나 한벽루 근처의 오모가리 탕도 제법 알려졌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음식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한 삼백집의 콩나물 해장국과 모주다.

 

대동야승이라는 오래된 책에 의하면, 모주는 인목대비의 친정어머니인 노 씨가 제주도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전한다선조의 왕비였던 인목대비가 광해군에 의해 폐위되자, 인목대비의 친정아버지와 어머니도 제주도로 귀양을 가게 된다.

 

그러나 귀양 간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양식으로는 도저히 먹고 살 수가 없는 상황이라 동네에서 술지게미를 얻어 싸구려 술을 만들어 팔았는데, 처음에는 대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 즉 대비모주(大妃母酒)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대비를 빼버리고 그냥 모주라고 불렀다는 아주 슬픈 전설이 그 유래다.

 

따라서 이런 모주를 언제부터 전주에서 만들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전주식 모주는 대비모주와는 다르게 만들어지는데, 즉 대비모주는 청주를 뜨고 난 후, 막걸리를 거르고 난 술지게미에 다시 물을 부어서 만들지만, 전주의 모주는 막걸리에 대추와 감초, 계피, 갈근 등 건강에 좋은 한약재와 흑설탕을 넣고 끓여서 만든다.

 

그리고 당시 전주에서는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누구나 콩나물국 해장국과 함께 알싸한 모주를 해장술로 마셨다. 따라서 지난 저녁에 마신 술에서 깨어나고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전주의 모주는 새벽같이 어둡고 컴컴할 때 마시는 술이라는 의미로 모주(暮酒)라 불렀다는 근거가 없는 낭설이 아주 그럴싸하게 퍼졌다.

 

전주 콩나물 해장국을 파는 많은 곳 중, 고사동 해장국 골목의 삼백집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 숟가락을 훔쳐가지 말고 달라고 하라며 정이 담긴 걸죽한 욕을 해대던 욕쟁이 할머니와 콩나물 해장국을 하루에 딱 300그릇만 팔았던 삼백집...

 

그때는 왜 그렇게 숟가락이 필요해서 삼백집에서 몰래 가졌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 그 분위기와 맛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