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음식 잡학 125

막걸리, 이제 막걸리도 숙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막걸리, 이제 막걸리도 숙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 고향은 중앙선과 경의선 전철의 종착역인 지평이다. 요즘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평막걸리를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술이 막걸리... 어릴 적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받아오던 술이었고, 농번기면 새참과 함께 들판으로 내오던 술... 시골에서는 밥때가 안 되었는데 허기가 지고, 입맛이 없으면 밥 대신 마시던 것이 막걸리였다. 낡고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와 넉넉한 크기의 사발은 막걸리와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 이런 막걸리가 몇 해 전부터 막 걸러서 마시는 것이 아닌 숙성 과정을 거치는 ‘숙성 막걸리’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실 빠르게 막 거른 신선한 술이라는 의미로 막걸리라 불렀는데, 보통 막걸리의 발효 기간은 2주..

송화백일주, 물의 왕이 빚어낸 불가의 氣 음식.

송화백일주, 물의 왕이 빚어낸 불가의 氣 음식. 예전부터 전해오는 좋은 물의 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서출동류(西出東流)로 서쪽에서 시작해서 동쪽으로 흘러가야 하며, 둘째는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石間水)이고, 셋째는 언제 어느 때든 사시사철 물의 온도가 같아야 하며, 넷째로 무거운 물이라야 한다. 전북 전주(全州)의 모악산에 수왕사라는 절이 있다. 이곳에 가보면 절이 기대고 있는 바위에서, 위의 조건들을 두루 갖춘 물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절 이름이 물 중에 왕이라는 수왕사(水王寺)...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소문이 난 물들을 놓고 어디의 물이 가장 좋은지 경합을 한 적이 있었는데, 수왕사의 석간수가 다른 곳의 물보다 한 량이 더 많이 나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그 후로 물의 왕이라는 이름을..

카레라이스, 일본 제국 해군 병사의 각기병 치료를 위한 음식.

카레라이스, 일본 제국 해군 병사의 각기병 치료를 위한 음식. 카레라이스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1920년쯤 일제 강점기로 보인다. 1925년 4월 25일자 ‘동아일보’의 ‘서양요리제법’ 코너에 카레라이스 만드는 법이 소개된 것을 보면 이전부터 카레라이스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카레가 영국이나 인도 카레와 다른 점은 걸쭉하면서 쌀밥에 얹어 먹을 수 있도록 밀가루 같은 전분을 섞었다는 것... 이후 돈가스처럼 일본인 식성에 맞게 개량한 카레라이스가 처음 선보인 것은 1877년 도쿄... 개화기 일본에서 일찍 서양문화에 눈을 뜬 사람들이 먹는 값비싼 요리였다. 이런 카레라이스가 국민 음식으로 대중화된 것은 20세기 초반이었고, 그 배경에는 일본 제국 해군이 있다. 해군에서 장병들의 급식으로 ..

돈가스, 일본 제국주의 욕망이 탄생시킨 음식.

돈가스, 일본 제국주의 욕망이 탄생시킨 음식. 1185년, 일본 최초의 무사 정권 가마쿠라 막부가 탄생한다. 이후 약 700년 동안 막부가 통치하면서 일본의 왕은 왕 노릇을 하지 못하고 허수아비 신세였다. 19세기에 들어서자 일본 막부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문호를 개방했는데, 일단 문이 열리자 다른 열강들도 일본으로 몰려들었다. 문호 개방은 고달픈 일본 군중의 삶으로 이어졌고 마지막 막부였던 에도 막부에 비난이 쏟아지며 결국, 막부가 무너졌다. 1868년, 권력이 다시 천황으로 넘어갔는데 이 천황이 메이지... 그래서 메이지 정부라고 부른다. 메이지 정부는 서양의 열강들을 따라잡기 위해 개혁에 돌입, 학교와 공장 그리고 서양식 군대도 만들었지만, 제도만 개혁해서는 서양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

교황이 맥주를 축복한 이유, 한마디로 맛이 없었다.

교황이 맥주를 축복한 이유, 한마디로 맛이 없었다. 싹을 틔운 곡류로 즙을 만든 뒤 홉(Hop)을 첨가해 발효시켜 만든 맥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오래된 알코올음료...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이 처음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렇게 탄생한 맥주는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유럽에 퍼뜨렸고 중세에는 수도원에서 맥주 양조를 담당했는데, 6세기 영국의 한 수도원에서 처음으로 사순절 기간에 마실 수 있는 맥주를 만든 이후 수도원과 맥주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유럽의 수도원에서는 각자의 양조 기술을 가지고 맥주를 발전시켰는데, 보리 같은 곡물로 만든 맥주는 영양이 풍부해서 ‘액체 빵’이라 불렀다. 그리고 수도원이 맥주 생산의 중심지가 되면서 맥주 판매 대금은 교회의 중요한 수입원..

조기와 굴비, 기(氣)를 살리고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

조기(助氣)와 굴비(屈非), 기(氣)를 살리고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 조기는 민어과 물고기로 참조기, 부세, 백조기, 흑조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하다. 조기 가운데 맛과 식감에서 으뜸으로 치는 것이 참조기... 참조기와 부세와 구분하는 방법은 머리 위쪽의 눈 사이와 꼬리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다. 참조기는 눈 사이에 다이아몬드 문양이 뚜렷하며 꼬리지느러미가 펼친 부채처럼 가지런하지 않고 마구 갈라져 있다. 원래 조기는 물고기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의미의 종어(宗漁)라고 부르고 한자 표기했는데, 급하게 발음을 하다가 사람의 기(氣)를 북돋아 주는 생선이라는 뜻의 조기(助氣)가 되었다고... 그래서 예로부터 조깃살로 만든 죽은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의 영양식이었고, 명절 상차림..

빵의 역사, 색깔과 종류가 달랐던 차별과의 계급투쟁.

빵의 역사, 색깔과 종류가 달랐던 차별과의 계급투쟁. 빵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 중 하나로, 최초의 빵은 곡식과 물을 사용, 밀가루 반죽을 만든 후 요리하다가 점점 발전했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연구에 의하면 서기전 3,000년경 바빌로니아인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효모를 넣은 희고 부드러운 빵을 서기전 2,000년경에 이집트인이 만들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말, 비밀리에 입국한 선교사들에 의해 알려졌는데, 선교사들이 숯불을 피워 구운 것이 마치 소의 고환인 우랑을 닮았다고 해서 우랑 떡이라고 불렀다고... 우리나라에서 빵이 정식으로 등장한 것은 1884년... 한러통상조약체결 이후 러시아 웨베르 공사의 처제인 손택(孫澤)이 공관 앞에 정동구락부를 오픈하고 부터... 당시는 중국식 호..

닭을 잡아주는 이유, 오덕(五德)을 닮고 자손을 낳으라는 뜻.

닭을 잡아주는 이유, 오덕(五德)을 닮고 자손을 낳으라는 뜻. 한자의 '선비 사(士)'는 늠름한 무사가 들고 다니던 도끼날을 보고 만든 글자인데, 이처럼 중국에서의 선비는 문과 무를 함께 겸비한 사람을 뜻한다. 보통 힘을 쓰는 일이 본업인 장사(將士)나 군사(軍士) 그리고 말싸움으로 힘을 재는 변호사도 선비 사(士)를 사용한다. 또 똑같이 도끼를 든 무사지만, 이 무사가 멀리 일본으로 건너가면 긴 칼을 옆구리에 두 개나 찬 사무라이로 변신하고, 우리나라에 와서는 갓을 쓴 선비가 된다. 하지만 영어로 기사를 의미하는 '나이트(knight)'라는 단어는 독일어의 '크네히트(knecht)'와 어원이 같은데 '놈‘ 또는 ’녀석'으로 해석하는 것을 보면 말을 타고 싸우던 서양의 '기사(騎士)'와 문무를 겸비한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