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음식 잡학 125

감홍로, 춘향이 낭군의 주안상에 올린 술.

감홍로, 춘향이 낭군의 주안상에 올린 술. 감홍로는 우리나라의 전통 약 소주의 하나로 감(甘)은 단맛을, 홍(紅)은 붉은색을, 로(露)는 이슬 즉, 증류주라는 뜻이다. 1800년대 초 저술된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조선의 4대 명주로 한산의 소곡주, 홍천의 백주, 여산의 호산춘 그리고 평양의 감홍로를 언급했다. 그리고 18세기 실학자 유득공은 그의 시 '애련정'에서 ‘곳곳마다 감홍로니, 이 마을이 곧 취한 마을일세’라고 읊었다. 또 동국세시기에는 평안도 지방에서 알아주는 술로 감홍로와 벽향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조선에서 가장 유명한 3대 술로 죽력고와 이강고 그리고 감홍로를 꼽았다. 그런가 하면 별주부전에서는 토끼의 간이 필요했던 자라가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가기 위..

와인, 이 음료 때문에 로마에서 생겨난 풍습은?

와인, 이 음료 때문에 로마에서 생겨난 풍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와인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디오니소스의 탄생과 얽혀 있다. 디오니소스의 아버지는 바람둥이 주신(主神)으로 알려진 제우스... 그는 인간 왕국의 공주 세멜레와 동침해서 디오니소스를 잉태하게 만든다. 그런데 둘의 관계를 질투한 제우스의 부인 헤라가 세멜레의 유모로 변장, 제우스가 가짜인지 모르니 진짜 모습을 보여 달라고 세멜레를 꼬드긴다. 제우스의 진짜 모습은 번개... 제우스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세멜레가 번개에 타 죽는다. 그러자 제우스는 세멜레의 태중에 있는 아이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우는데, 그것이 디오니소스다. 또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해 니사라는 산에..

두견주, 백약이 무효였던 아버지를 살려낸 술.

두견주, 백약이 무효였던 아버지를 살려낸 술. 흔히 우리나라의 봄은 두견주와 진달래와 함께 저문다고 말한다. 일명 진달래 술이라고도 부르는 두견주는 고려 시대부터 빚었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예로부터 백약지장이라 불렸으며 두견주 석 잔에 오리를 못 간다는 말처럼 은근하게 취한다. 두견주를 빚는 방법과 재료가 ‘산림경제’와 ‘임원십육지’ 그리고 ‘동국세시기’에 기록되어 있다. 두견주는 일반 청주를 담그는 방법을 기본으로 하여 진달래꽃을 곁들이는데, 두견주는 정월 첫 해일인 상해 일에서 3월 진달래꽃이 만개될 때 밑술이 만들어지고 2차 덧술이 끝난 다음, 2~3주간의 발효와 숙성 후 다시 2~3개월에 걸쳐 만들어진다. 조선 영조와 정조 때의 문신 유득공이 서울의 세시 풍습을 기록한 ‘경도잡지’에서는 봄철에 빚..

샥스핀, 왜 역대 중국 황제는 먹지 않았을까?

샥스핀, 왜 역대 중국 황제는 먹지 않았을까? 샥스핀은 바다 제비집과 함께 최고급 중국 요리로 지금은 잔인한 상어 포획으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는 상어지느러미 요리다. 이 요리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팔진미 중 하나이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환상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은 요리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최고의 요리로 치는 팔진미는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주로 곰 발바닥, 낙타 등, 사슴 꼬리, 바다 제비집, 해삼, 그리고 지금은 멸종된 준칫과의 바닷물고기 시어, 철갑상어의 입술, 그리고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말한다. 예전 사람들은 그렇게 맛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별미라고 보기가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산해진미의 어원인 산진해착(山珍海錯)도 원래 맛있다는 의미보다는 진귀한 음식이라는 뜻이기에 희귀하고 ..

처칠 레이션, 영국군에게서 빼앗은 보급품.

처칠 레이션, 영국군에게서 빼앗은 보급품. 만일 전쟁에서 작전이 한 달 걸린다면 병사들이 가지고 갈 수 있는 식량과 탄약의 양은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식량과 탄약 중 어떤 것을 더 챙겨야 할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은 인도와 미얀마 접경지역에서 벌어진 임팔 전투에서 먼저 탄약을 선택했다. 작전 기간이 한 달 이상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탄약을 확보하는 대신 식량은 단 1주일 분량만 지참한 것... 그러나 임팔 전투는 4개월간이나 지속되었고 일본군은 6만 5,000명이 죽었는데, 이 중 5만 명 이상이 굶어 죽거나 질병으로 죽었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 임팔 전투는 영국군이 장악하고 있던 인도와 미얀마 접경지역인 임팔과 코히마를 공격했던 작전으로 이 지역을 점령하면 연합군의 중국 ..

별사탕, 달면서도 씁쓸한 침략을 위한 일제의 군용 식품.

별사탕, 달면서도 씁쓸한 침략을 위한 일제의 군용 식품. 별사탕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또 누가 처음 건빵에 넣었을까? 처음 건빵에 별사탕을 넣은 것은 일본 군대다. 그러나 별사탕을 처음 만든 것은, 일본이 아니고 별사탕을 일본에 전해준 나라는 유럽의 포르투갈이었다. 별사탕의 뿌리는 포르투갈의 콘페이토(Confeito)라는 사탕... 포르투갈의 콘페이토는 우리가 먹는 지금의 별사탕과 생김새와 제조법이 비슷하다. 별사탕은 1569년 포르투갈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가 선교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일본 최고의 권력자 오다 노부나가에게 건넨 선물 중 하나였다. 별사탕을 맛본 일본인들은 그 맛에 반했지만, 사탕수수가 일본에서는 재배되지 않아 설탕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17세기 무렵은 사탕수수 재배 지역의..

총각김치, 예전 총각의 머리 스타일에서 유래한 김치.

총각김치, 예전 총각의 머리 스타일에서 유래한 김치.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 이름은 대부분 그 음식의 주재료에 따라 붙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재료와 상관없이 엉뚱한 이름이 붙은 음식도 있다. 총각김치가 그렇다. 물론 총각김치는 총각이 담근 김치라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총각김치의 ‘총각’은 한자로 ‘總角’... ‘총(總)’은 ‘모두’라는 뜻을 나타내지만 원래 ‘꿰매다. 상투 틀다’라는 의미가 들어있고 ‘각(角)’은 ‘뿔’을 나타내는 한자다. 물론 총각은 결혼하지 않은 사내라는 의미다. 그런데 예전의 총각은 머리를 두 갈래로 나누어 양쪽에 뿔 모양으로 묶은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장가를 들기 전 상투를 틀지 못했..

청어, 조선의 진상품이었던 귀한 생선이었다.

청어, 조선의 진상품이었던 귀한 생선이었다. 조선 건국 초기부터 청어는 귀한 생선이었다. 조선의 3대 왕 태종은 자신과 왕위를 놓고 2차 왕자의 난을 벌였다가 토산(兎山)으로 유배된 형 이방간에게 쌀과 말린 청어를 보냈다. 또 태종의 후계자인 세종대왕은 종묘제례 때 청어를 올렸고 1429년 명나라에 고등어 200근 도미 500근과 함께 청어 500근을 보내기도 했다. 1453년 수양대군은 조카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기 위해 임금의 유언으로 나라의 뒷일을 부탁받은 고명대신 김종서와 황보인 등을 죽이고 정권을 빼앗은 계유정난이 일어난다. 그러자 이듬해 1454년 2월, 대마도 태수 종성직(宗盛職)이 사신을 보내 조선에서 군사적 분쟁이 발생했다고 하니 우리가 군사를 보내어 돕겠다는 대담한 제의를 한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