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음식 잡학

불도장(佛跳墻), 스님도 담을 뛰어넘어 맛본 요리.

화별마 2023. 7. 25. 16:24

요리 불도장 사진

불도장(佛跳墻), 스님도 담을 뛰어넘어 맛본 요리.

 

중국 황제들이 즐겨 먹는 고급 요리 중에 불도장(佛跳墻)이라는 요리가 있다. 최고의 청나라 궁중 식사로 문자 그대로 만주족과 한족 전체의 요리인데, 3일 동안 계속해서 먹고 마시는 식사인 만한전석(滿漢全席)에 등장한다고 해서 유명한 요리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고급 중국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있는 중국 요리인 불도장(佛跳墻)은 원래 18종류의 주재료와 12종류의 보조 재료 등 모두 30종의 음식 재료에 중국의 전통 명주인 샤오싱주(紹興酒)를 넣어 요리하는 음식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닭고기, 오리고기, 전복, 오리발, 상어, 지느러미, 해삼, 말린 조개, 부레, 새우, 구기자, 선인장 열매, 버섯, 죽순 등으로 푸젠성(福建省) 푸저우(福州)를 대표하는 일품 요리...

 

불도장(佛跳墻)은 문자 그대로 스님도 담을 뛰어넘어 맛본 요리라는 의미인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청나라 말기 푸저우(福州) 양교항(揚橋巷)에 있는 관은국(官銀局)의 한 관리가 집에서 잔치를 열면서 상급 관청인 포정사(布政司)에 근무하는 주련(周蓮)이라는 관원을 초청, 음식을 대접했다상급 관청의 관원인지라 관리의 부인이 직접 요리를 했는데 닭과 오리 등 20종류의 재료를 넣어 음식을 만들었다.

 

관원 주련이 그 맛을 본 후 그 맛을 잊지 못해서 포정사의 주방장인 정춘발(鄭春發)에게 관은국 관리의 집에 가서 요리를 배워오라고 시켰다그 부인에게서 직접 요리를 배운 정춘발은 연구를 거듭해서 이 요리를 발전시켰는데, 이때 지은 요리 이름은 단소팔보(壇燒八寶)였다.

 

이후 정춘발은 관청을 사직하고 1865년 친구들과 동업해서 푸저우에서 삼우제(三友齊)라는 찻집을 열었다가 광서제(光緖帝) 때인 1905년 단독으로 경영을 하면서 취춘원(聚春園)이라고 음식점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단소팔보를 복수전(福壽全)으로 이름을 바꾸어 취준원의 대표 요리로 내놓았는데, 어느 날 한 무리의 선비가 음식점을 찾아와 복수전을 주문했다

 

주문한 요리의 뚜껑을 열자 맛있는 음식의 향기가 방 안에 가득 차면서 모두 음식 향기에 취해 있다가 한 선비가 즉석에서 그 요리를 놓고 시를 읊었다.

 

항아리 뚜껑을 여니 향기가 사방을 진동하네.

냄새 맡은 스님도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뛰어넘었다네.

 

이 시를 들은 사람들은 감탄했고, 이후 복수전을 스님이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뛰어넘었다는 의미로 불도장(佛跳墻)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불도장(佛跳墻)이라는 음식의 이름은 이처럼 시 구절에서 유래가 되었지만, 실제로 당나라 때 는 스님이 음식 때문에, 담을 뛰어넘은 고사가 있다고...

 

1972년 불도장(佛跳墻)은 미중 수교를 체결할 때 닉슨 미국 대통령이 처음 중국을 방문해서 먹었던 음식으로도 유명한데, 중국은 역사적인 미중 수교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푸저우에서 전문 요리사를 불러 불도장(佛跳墻)을 만들어 대접했다.

 

또 중국 기록에는 불도장(佛跳墻)이 청나라 도광제 때 처음 만들어졌다는 설과 광서제 때 만들어졌다는 두 가지 설이 나온다

 

불도장(佛跳墻)을 만든 정춘발이 음식을 연 시점으로 보면 광서제 때가 가깝고, 관은국 관리부인이 최초로 불도장(佛跳墻)을 만들었을 때를 감안하면 도광제(道光帝) 때가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