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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백일주, 물의 왕이 빚어낸 불가의 氣 음식.

화별마 2023. 7. 11. 16:00

송화백일주

송화백일주, 물의 왕이 빚어낸 불가의  음식.

 

예전부터 전해오는 좋은 물의 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서출동류(西出東流)로 서쪽에서 시작해서 동쪽으로 흘러가야 하며, 둘째는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石間水)이고, 셋째는 언제 어느 때든 사시사철 물의 온도가 같아야 하며, 넷째로 무거운 물이라야 한다.

 

전북 전주(全州)의 모악산에 수왕사라는 절이 있다. 이곳에 가보면 절이 기대고 있는 바위에서, 위의 조건들을 두루 갖춘 물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절 이름이 물 중에 왕이라는 수왕사(水王寺)...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소문이 난 물들을 놓고 어디의 물이 가장 좋은지 경합을 한 적이 있었는데, 수왕사의 석간수가 다른 곳의 물보다 한 량이 더 많이 나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그 후로 물의 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그 좋은 물로 술을 빚어 마신 스님이 있었으니, 정유재란 때 화재로 소실된 수왕사를 중창한 진묵대사다. 기이한 행적을 하도 많이 남겨, 이적(異蹟)에 관한 얘기가 아직도 전해오는 도승(道僧)...

 

이 스님이 어찌나 술을 잘 마셨는지 언제나 취해 있어 스님도 아니고 속인도 아닌 존재였다고 한다. 진묵대사가 손수 빚어 마시던 술이 송죽오곡주와 송화백일주... 그래서 진묵대사의 기일인 음력 1028일이 되면 수왕사에서 그 술을 빚어 상에 올린다.

 

불가에서 금하는 5가지... 살생, 간음, 도적질, 거짓말 그리고 술이다. 파계로 치자면 음주는 살생이나 간음과 매 한 가지...

 

하지만 절에서는 술을 곡차라 부르는데, 이 땅의 절에는 나름의 술이 있었다. 통도사의 술과 해인사의 술이 있었고 특히 통도사와 범어사의 누룩은 유명했다.

 

이렇게 절에 곡차가 필요했던 까닭은 선승들에게 필요한 기() 음식이기 때문... 찬 바람이 도는 산중 마루나 바위에 앉아 명상하다 보면 몸에 병이 찾아들게 마련인데, 그 병을 예방하는 수단으로 곡차를 마셨던 것...

 

물론 술은 금기지만 그 금기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든 것이 선승들이다. 불가의 곡차는 금기마저 모두 버릴 수 있는 높은 경지의 선사(禪師)들에게 영육(靈肉)을 다스리는 진정한 차일 뿐......

 

송화백일주는 누룩에 찹쌀을 넣어서 빚는데, 노란 송홧가루와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를 넣고 보름 정도 발효하고 나서 증류, 소주를 내리면 38도 술이 된다.

 

송죽오곡주는 보리, , , 수수, 팥을 오곡으로 삼고 솔잎, 댓잎,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를 넣어 빚는 16도짜리 발효주로 향은 여러 갈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