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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이제 막걸리도 숙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화별마 2023. 7. 12. 10:37

막걸리

막걸리, 이제 막걸리도 숙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 고향은 중앙선과 경의선 전철의 종착역인 지평이다. 요즘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평막걸리를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술이 막걸리... 어릴 적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받아오던 술이었고, 농번기면 새참과 함께 들판으로 내오던 술... 시골에서는 밥때가 안 되었는데 허기가 지고, 입맛이 없으면 밥 대신 마시던 것이 막걸리였다.

 

낡고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와 넉넉한 크기의 사발은 막걸리와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 이런 막걸리가 몇 해 전부터 막 걸러서 마시는 것이 아닌 숙성 과정을 거치는 숙성 막걸리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실 빠르게 막 거른 신선한 술이라는 의미로 막걸리라 불렀는데, 보통 막걸리의 발효 기간은 2주 전후... 고급 발효주인 약주와 청주가 각각 100일가량, 증류식 소주가 1년간 숙성되는 것과 비교해 보면 막걸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빨리 만들어지는 셈...

 

그런데 그렇게 빠르고 신선함을 추구하던 막걸리가 숙성 개념을 도입해서 새로운 맛의 막걸리로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 그동안 막걸리 업계에서는 거의 숙성을 하지 않았는데, 다른 술과 달리 막걸리 자체에 영양성분이 많아 숙성을 시키는 과정에서 맛이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의 일반적인 알코올 도수는 6도 전후인데, 알코올을 식초로 바꾸는 초산균이 가장 좋아하는 도수이기도 하다.

 

우리는 막걸리의 진짜 알코올 도수를 6도로 알고 있지만, 원액은 15도 전후로 와인과 비슷하다. 원액에 물을 넣어 도수를 낮춘 것인데 도수가 높은 막걸리를 먹고,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1970년대 정부가 막걸리 도수를 제한했던 것...

 

막걸리를 숙성시켜 오래 보관하려면 높은 알코올 도수가 필요해서 주원료인 쌀을 많이 써야 한다. 또 숙성 막걸리는 원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숙성 과정에서 산패하기 쉽다.

 

그래서 숙성 막걸리는 양조장과 가까운 곳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사용하는데, 막걸리의 맛이 좋다는 것은 곧 그 지역 농산물이 좋다는 의미도 된다.

 

요즘 시중에는 한 달 이상 숙성시킨 프리미엄 숙성 막걸리가 수십여 종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맛이 나서 꺼리는 사람도 있다. 숙성 막걸리가 단맛이 나는 이유는 인공감미료의 맛이 아니라 쌀이 주는 단맛이다.

 

앞으로는 숙성 막걸리처럼 맛이 다양해지길 기대하며 숙성 막걸리 인증 제도가 도입되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