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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와 굴비, 기(氣)를 살리고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

화별마 2023. 7. 7. 06:50

굴비 사진

조기(助氣)와 굴비(屈非), ()를 살리고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

 

조기는 민어과 물고기로 참조기, 부세, 백조기, 흑조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하다. 조기 가운데 맛과 식감에서 으뜸으로 치는 것이 참조기...

 

참조기와 부세와 구분하는 방법은 머리 위쪽의 눈 사이와 꼬리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다. 참조기는 눈 사이에 다이아몬드 문양이 뚜렷하며 꼬리지느러미가 펼친 부채처럼 가지런하지 않고 마구 갈라져 있다.

 

원래 조기는 물고기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의미의 종어(宗漁)라고 부르고 한자 표기했는데, 급하게 발음을 하다가 사람의 기()를 북돋아 주는 생선이라는 뜻의 조기(助氣)가 되었다고...

 

그래서 예로부터 조깃살로 만든 죽은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의 영양식이었고, 명절 상차림이나 잔칫상에 반드시 올리는 귀한 신분의 생선이 되었다.

 

조기는 우리나라와 일본 근해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잡히는 생선으로 종류는 150여 종이 넘는다. 그 많은 조기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국산 참조기...

 

요즘은 국산 참조기가 고급생선이 되어 비싼 가격이 매겨 있지만, 예전에는 고등어나 꽁치처럼 아주 흔했던 생선이라 60~70년대에는 조기 한 마리를 구워 도시락 반찬으로 싸 오기도 했다.

 

참조기의 새끼는 황석어! 조기처럼 그냥 먹어도 되지만, 젓갈로 담근 황석어젓이 유명하다. 군대 생활 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튀김으로 자주 나오던 조기를 닮은 작은 생선이 바로 황석어다.

 

그리고 참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을 굴비(屈非)라고 부르는데, 굴비라는 이름에는 역사적 사연이 숨어있다.

 

고려 인종(仁宗) 4(1126), 인종의 외할아버지이자 장인이었던 이자겸이 왕위를 찬탈하려던 소위 '이자겸의 난'을 일으켰다가 실패하자 영광의 법성포로 귀양을 간다. 그는 그곳에서 해풍에 말린 조기를 먹고, 유배지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로 말린 조기에 정주굴비(精州屈非)라고 써서 임금에게 보내면서 굴비라는 이름이 유래가 되었다고...

 

굴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영광굴비와 보리굴비... 영광굴비는 일반 소금물에 조기를 담갔다가 말리는 방법과는 다르게 섶간이라고 부르는 1년 넘게 보관해서 간수가 완전하게 빠져버린 천일염으로 재어 해풍에 약 30~40일 동안 건조시켜 만든다.

 

보리굴비는, 굴비를 바닷바람에 자연 건조 시킨 다음 통보리 항아리 속에 보관, 숙성시킨 굴비를 말하는데,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사용한 방법으로 보리의 향을 굴비가 흡수해서 짠맛도 덜하고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고...

 

보리굴비는 항아리에서 꺼낸 뒤 쌀뜨물에 담갔다가 살짝 쪄먹어야 보리굴비 특유의 독특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요즘 고급 음식점에서 1인당 2~3만 원대의 25~27짜리 보리굴비가 나오는데 대부분 참조기가 아닌 부세로 만든 것이다. 부세는 조기와 같은 민어과로 주둥이 끝이 약간 둥글고 몸이 통통해서 조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부세도 오래 말리면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이 증가해서 조기처럼 맛이 있고, 살집도 좋아 먹을 것이 많다.

 

오늘 점심은 여름철의 별미인 보리굴비를 시원한 녹차 물에 만 밥 위에 얹어 드셔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