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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발견된 술일까? 발명한 술일까?

막걸리. 발견된 술일까? 발명한 술일까? 흔히 술은 전분으로 만든 술과 당분으로 만든 술로 나누지만, 사실 대부분의 술은 당분이 변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꿀에 물을 섞어 발효시킨 영국의 미드(Mead)나 포도 과실주 와인(Wine), 야자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야자술, 말이나 낙타의 젖으로 만든 쿠미스(Kumys)와 아이락(Airag) 등은 처음부터 원료에 당분이 포함된 ‘당분 술’... 와인은 포도 껍질 속에 있는 타닌(Tannin)과 향기 성분 그리고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가 들어 있는데, 이 효모가 자연 발효를 일으켜 만들어진 것... 이렇게 ‘당분 술’은 와인처럼 우연히 만들어졌지만, 알코올이 함유된 당분 술을 반복적으로 발견되면서 제조법과 과정이 정립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겨난 음식이 ‘발견된 ..

‘미네르바의 방패’, 이 로마의 전설적 요리는 어떤 요리였을까?

‘미네르바의 방패’, 이 로마의 전설적 요리는 어떤 요리였을까? 중국의 역대 잔치 중에서 최고로 인정하는 것이 108가지의 요리를 차리고 후식까지 포함, 300여 가지 음식을 장만했다는 ‘만한전석(滿漢全席)’으로 18세기 청나라 건륭제의 ‘천수연(千叟宴)’이다. 무려 사흘 동안 먹고 마셨다는 대단한 잔치상이지만, 로마의 연회와 비교해 보면 조금 초라하게 느껴진다. 로마 시대를 기록한 역사서와 시, 소설 등의 문학 작품에는 로마의 화려한 연회에 대해 다양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2세기 초 수에토니우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로마 제국의 황제 11명에 대해 ‘황제전’을 썼는데, 로마인이 누린 극한의 사치를 엿볼 수 있는 기록도 남겼다. 그중 한 명이 로마 제국 제8대 황제로 서기 69년 4월 집권해서 그해 1..

왜 로마인은 비스듬한 자세로 식사했을까?

왜 로마인은 비스듬한 자세로 식사했을까? 런던 대영박물관의 아시리아 말기의 왕, 앗수르바니팔의 활약을 묘사한 ‘니네베의 앗수르바니팔 벽화 부조’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반쯤 누워서 먹는 식사 풍속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볼 때 비스듬히 앉는 자세는 고대 아시리아 왕국에서 시작되어 고대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의 그리스 식민지와 북부 에트루리아 왕국을 통해 로마로 전해진 식사 풍속이다. 연회 석상에서 비스듬히 앉아 음식을 먹는 로마 귀족의 자세가 얼핏 보면 사치와 향락에 빠져 지내는 무기력한 로마 귀족의 나태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세는 고대 지중해를 제패한 승자의 식사 문화로 이런 식사 문화는 5세기 로마 제국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는데, 로마 제국의 영광과 함께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생. 문헌상에 나타난 기원은?

우리나라 기생. 문헌상에 나타난 기원은? ‘해어화’는 기생을 부르는 별칭으로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의미와 함께 미인을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당나라 현종이 비빈과 궁녀들을 거느리고 연꽃을 구경하다 양귀비를 가리키며 연꽃의 아름다움도 말을 이해하는 이 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 고사 ‘해어지화(解語之花)’에서 유래가 되었다. 사실 기생(妓生)은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호칭으로 잔치나 술자리에 나가 노래와 춤 등으로 흥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여자로 ‘예기藝妓’와 함께 쓰였다. 특히 ‘기생’이라는 한자어는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하는데, 기생의 ‘생’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학생’이라는 뜻의 접미사다. 또 성씨 뒤에 붙으면 ‘젊은이’ 또는 ‘홀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예컨대 ..

사마천. 그가 궁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마천. 그가 궁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파리넬리’는 실존했던 성악가 파리넬리의 일대기인데,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 성악가였다. 카스트라토는 변성기가 되기 전에 거세, 소년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남성 가수... 16~18세기 유럽 교회나 오페라에서는 여성이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기 때문에 여성의 음을 내는 카스트라토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교회에서 비인간적인 행위를 금지하면서 카스트라토는 감소했는데, 영화 속에서 파리넬리는 거세 후유증으로 아편 중독자가 된다. 역사학자에 의하면 인류 역사 속 거세의 기원은 전쟁포로에게 시행한 것이 최초라고 말하는데, 이는 대를 끊어 적을 절멸하고, 적의 여성을 차지해서 노예로 부리기 위해서라고... 중국에서 거세는 ‘궁형(宮刑)’이라..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5,126번 실패 끝에 만들다.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5,126번 실패 끝에 만들다. 최초의 현대적 진공청소기는 1901년 영국 발명가 세실 부스가 개발했는데, 그 후 일렉트로룩스나 후버 같은 대형 가전회사들이 100년 가까이 수억 대의 진공청소기를 판매한다. 그런데 진공청소기가 100년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먼지봉투... 모두 불편하다고 생각했지만 당연하게 여겼다. 어느 날 제임스 다이슨이 집안청소를 하는데, 사용하던 청소기의 흡입력이 평소보다 훨씬 떨어졌다. 집안에 교체할 먼지봉투가 없어서 먼지봉투를 비우고 다시 시도했지만, 흡입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새로운 먼지봉투를 사서 교체하자 원래의 흡입력이 살아났지만, 그는 화가 많이 났다. 그리고 보통 사람 같으면 새 먼지봉투를 사면 되지 했을 텐데, 그는 청소기에..

모딜리아니(2). 그녀는 죽어서도 그의 모델이 되었을까?

모딜리아니(2). 그녀는 죽어서도 그의 모델이 되었을까? 첫 전시회를 망친 모딜리아니는 겨우 쥐고 있던 마지막 이성의 손을 놓았고 결핵이 다시 그를 괴롭힌다. 그는 피를 토하면서도 압생트를 퍼마시며 웃었고 파리의 뒷골목을 배회하다 만취 상태에서 옷을 훌훌 벗어버리기도 했다. 그가 그렇게 길거리에서 나뒹굴 때면 잔 에뷔테른이 찾아와 그를 업고, 안고, 끌고 작업실로 돌아와 같이 울고, 함께 절망한다. 이때 모딜리아니는 그녀를 함부로 대했는데,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뤽상부르 공원 문을 향해 던지며 자신을 가만두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잔 에뷔테른은 그런 모딜리아니를 안고 신과 같은 인내심으로 그의 영혼을 보듬었고 결코 모딜리아니를 포기하지 않았다. 잔은 모딜리아니에게 눈부신 재능만은 썩히지 말 것을 간청했고,..

모딜리아니(1). 왜 눈동자가 없는 그림을 그렸을까?

모딜리아니(1). 왜 눈동자가 없는 그림을 그렸을까? 1917년 봄, 모딜리아니는 파리 몽파르나스의 한 카페에서 잔 에뷔테른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당시 모딜리아니는 33세, 잔은 19세... 모딜리아니는 잔의 윤기 나는 갈색 머리와 푸른 눈동자에 푹 빠졌고 새하얀 피부를 찬양했으며 그녀의 성숙함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딜리아니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뚜렷한 이목구비와 우수에 찬 분위기의 그는 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고 술집을 전전하며 세속적인 사랑을 즐겼기 때문... 사랑에 빠진 된 모딜리아니는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그녀는 그저 수줍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나 잔은 모딜리아니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당시 그녀는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배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