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생. 문헌상에 나타난 기원은?

우리나라 기생. 문헌상에 나타난 기원은?

 

‘해어화’는 기생을 부르는 별칭으로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의미와 함께 미인을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당나라 현종이 비빈과 궁녀들을 거느리고 연꽃을 구경하다 양귀비를 가리키며 연꽃의 아름다움도 말을 이해하는 이 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 고사 ‘해어지화(解語之花)’에서 유래가 되었다.

 

사실 기생(妓生)은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호칭으로 잔치나 술자리에 나가 노래와 춤 등으로 흥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여자로 ‘예기藝妓’와 함께 쓰였다.

 

특히 ‘기생’이라는 한자어는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하는데, 기생의 ‘생’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학생’이라는 뜻의 접미사다.

 

또 성씨 뒤에 붙으면 ‘젊은이’ 또는 ‘홀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예컨대 교생, 서생, 선생, 학생, 이생, 허생 등이 바로 그런 경우다.

 

기생의 원류는 신라 24대 진흥왕 때에 여자 무당 직능의 유녀화에 따른 화랑의 ‘원화(源花)’로 보는데, 무당의 유녀화는 인류 매춘 역사를 논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한편 정약용과 이익은 기녀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고려 때를 기원이라고 주장한다. ‘백제 유기장의 후예인 양수척이 수초를 따라 유랑하매, 고려의 이의민이 남자는 노예로 삼고, 여자는 기적(妓籍)을 만들어 기(妓)를 만드니, 이것이 기생의 시초다.’

 

고려 때에는 관기(官妓)를 기첩(妓妾)으로 맞고 사대부들이 집마다 둔 기록이 있어 공물이면서 사물로 생각했다.

 

조선시대에는 관기 제도를 정비했지만, 표면상으로 ‘관원은 기녀를 간(奸)할 수 없다’는 경국대전의 명문만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기는 공물이라는 불문율이 있어 지방의 수령이나 막료의 수청기(守廳妓)로 삼았다.

 

또 관비(官婢)와 관기(官妓)는 구별했지만, 세종 때는 관기가 모자라 관비로 충당하기도 했다. 이런 관기 제도는 조선 말기까지 존속했는데, 수모법(隨母法)에 의거, 어머니가 관기면 딸도 관기가 되었다.

 

이처럼 세습되는 기생이 아닌 경우는 고아이거나 빈곤하여 팔리는 경우였고 자발적 의지에 의한 것은 허영심에 희망하거나, 과부가 되어 자원하거나, 양반의 부녀로서 음행 하여 자녀안(恣女案)에 기록된 경우였다.

 

또 조선시대의 교방은 기생을 관장하고 교육을 맡아보던 기관으로 가무 등 기생이 갖추어야 할 기본 기예는 물론, 행의(行儀)･시･서화 등을 가르쳐 상류 고관이나 유생들의 접대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교방에서는 8~9살이 된 기생을 동기(童妓)라 부르며 12세부터 교육시켰는데, 춤을 잘 추는 기생은 무기(舞妓), 노래 잘하는 기생은 성기(聲妓) 또는 가기(歌妓), 악기를 잘 다루는 기생은 현기(弦妓), 외모가 뛰어난 기생은 미기(美妓), 가기(佳妓), 염기(艶妓) 등으로 불렀다.

 

특히 사랑하는 기생은 애기(愛妓), 귀엽게 여기어 돌보아 주는 기생은 압기(狎妓), 나이가 지긋한 기생은 장기(壯妓), 의로운 일을 한 기생은 의기(義妓)라 불렀고 기생의 우두머리는 행수 기생으로 도기(都妓)였다.

 

더불어 노래와 춤과 몸을 파는 기생인 창기(娼妓), 천한 기생이라는 천기(賤妓), 퇴물 기생이라는 뜻의 퇴기(退妓) 등이 있었다.

 

그리고 조선 후기에는 기부(妓夫), 즉 기생 서방으로 종 8품 벼슬 액례･별감･승정원 사령･의금부 나장･포교･궁가･외척의 겸인 청지기･무사 등이 등장한다.

 

대원군 시절에는 금부나장과 정원 사령은 오직 창녀의 서방이 되는 것만 허락했을 뿐 관기의 서방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생을 첩으로 삼으려는 자는 반드시 기생 서방에게 돈을 주고 그 몸을 속량(贖良)해야 했는데, 이는 그동안 먹여 살린 비용을 갚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였다.

 

조선시대 기생의 배출지로 이름났던 곳은 서울･평양･성천･해주･강계･함흥･진주･전주･경주 등으로 일제강점기에는 권번(券番)이 지역에서 역할을 이어간다.

 

권번은 동기(童妓)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쳐 기생을 양성하는 한편, 기생들의 요릿집을 지휘하고 그들의 화대(花代)를 받아주었다.

 

이렇게 일반인도 요릿집에서 만날 수 있는 기생은 권번에 적을 두고 세금을 바쳤으며, 이들 권번 기생은 다른 기녀들과는 엄격히 구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