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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로마인은 비스듬한 자세로 식사했을까?

화별마 2024. 1. 5. 08:30

로마인의 식사 모습 이미지

왜 로마인은 비스듬한 자세로 식사했을까?

 

런던 대영박물관의 아시리아 말기의 왕, 앗수르바니팔의 활약을 묘사한 니네베의 앗수르바니팔 벽화 부조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반쯤 누워서 먹는 식사 풍속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볼 때 비스듬히 앉는 자세는 고대 아시리아 왕국에서 시작되어 고대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의 그리스 식민지와 북부 에트루리아 왕국을 통해 로마로 전해진 식사 풍속이다.

 

연회 석상에서 비스듬히 앉아 음식을 먹는 로마 귀족의 자세가 얼핏 보면 사치와 향락에 빠져 지내는 무기력한 로마 귀족의 나태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세는 고대 지중해를 제패한 승자의 식사 문화로 이런 식사 문화는 5세기 로마 제국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는데, 로마 제국의 영광과 함께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비스듬한 자세로 먹는 식사가 상류층이나 지배계층의 식사 풍속이었다면, 반쯤 눕는 자세는 어떤 의미일까로마인과 고대 그리스인 그리고 아시리아인이 왜 그런 자세를 취했는지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

 

일단 상식의 관점에서 보면 눕듯이 비스듬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이 안락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식탁 문화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자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식탁이 아닌 바닥에 요리를 놓고 먹는 문화, 그것도 포크나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집어 먹는 문화에서는 소파에 기대서 먹는 것이 가장 편안한 자세다.

 

특히 로마의 만찬은 낮은 식탁이 놓인 트리클리니움에서 손으로 음식을 먹었기에 이런 식사법이 발달했을지도 모른다.

 

또 일부 학자들은 비스듬한 자세로 먹으면 오히려 소화에 도움이 되고 또 음식을 최대한 많이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정자세로 앉아 먹으면 위가 수직으로 위치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비스듬한 자세가 식사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것...

 

그리고 비스듬한 자세는 맛있는 요리를 더 즐기기 위해, 일부러 손가락을 넣어 토한 후에 음식을 또 먹었을 정도로 식도락을 즐긴 로마 귀족에게 더 어울린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빙성이 있는 주장은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상류층의 유대감 형성과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

 

가족이나 집단이 쟁반에 담긴 음식을 손으로 함께 먹는 과정에서 친밀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위계질서가 자연스럽게 잡혔던 근동과 지중해의 식사 문화라는 해석이다.

 

사실 로마인들이 왜 비스듬한 자세로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한 뚜렷한 이유는 모르지만, 로마 제국이 팽창하는 시기에, 아시리아에 뿌리를 둔 그리스 문화를 모방한 로마의 상류층에서 시작해 평민 계층까지 폭넓게 유행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