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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발견된 술일까? 발명한 술일까?

화별마 2024. 1. 5. 11:26

막걸리 이미지

막걸리. 발견된 술일까? 발명한 술일까?

 

흔히 술은 전분으로 만든 술과 당분으로 만든 술로 나누지만, 사실 대부분의 술은 당분이 변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꿀에 물을 섞어 발효시킨 영국의 미드(Mead)나 포도 과실주 와인(Wine), 야자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야자술, 말이나 낙타의 젖으로 만든 쿠미스(Kumys)와 아이락(Airag) 등은 처음부터 원료에 당분이 포함된 당분 술’...

 

와인은 포도 껍질 속에 있는 타닌(Tannin)과 향기 성분 그리고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가 들어 있는데, 이 효모가 자연 발효를 일으켜 만들어진 것...

 

이렇게 당분 술은 와인처럼 우연히 만들어졌지만, 알코올이 함유된 당분 술을 반복적으로 발견되면서 제조법과 과정이 정립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겨난 음식이 발견된 음식으로 인류 역사에서 대표적으로 발견된 음식이 바로 당분 술’...

 

이렇게 발견된 음식은 지구촌 여러 곳에 각각 존재하며, 발견된 음식의 특징은 중심에서 주변으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의 미드와 와인, 아프리카와 인도·동남아시아의 야자술,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의 풀케, 몽골과 시베리아·중앙아시아의 밀크 술 등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당분 술은 구대륙과 신대륙에 독자적으로 존재했고 전파가 된 것이 아니다.

 

반면 곡물류나 전분을 함유한 식물을 원료로 만든 전분 술은 막걸리의 누룩 같은 발효제가 들어가야 하는데, 전분에는 당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발명된 맥주의 주재료는 맥주보리로 우리가 먹는 보리밥의 쌀보리보다 껍질이 떨어지지 않는 두줄보리를 맥주보리라고 한다.

 

이 두줄보리는 주로 유럽에서 재배되었는데, 서유럽은 습도가 높지 않아 곰팡이보다는 맥주보리로 맥아, 즉 엿기름을 만들어 맥주보리 전분을 당화한 후 발효를 거쳐 맥주를 만들었던 것...

 

여기에 삼과 식물인 홉(Hop)의 꽃봉오리를 첨가해서 쓴맛과 향기를 더해준 것이 오늘날의 맥주 맛이다.

 

중부와 남부 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 만들어진 치차(Chicha)’라는 술도 맥주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드는데, 주재료인 옥수수에서 맥아당을 추출, 옥수수 전분을 당화해서 발효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

 

한편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쌀로 술을 빚었는데, 쌀 역시 당분이 거의 없어 누룩이 발명되기 전에는 생쌀이나 익힌 쌀을 사람이 입으로 씹은 뒤 뱉어서 모은 것으로 발효, 술을 만들었다.

 

막걸리는 전분 술로 크게 보면 맥주나 치차와 막걸리는 닮은 술이다. 다만 맥주나 치차와 달리 막걸리를 만들려면 누룩이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막걸리는 발명된 음식이다.

 

내 고향은 경기 양평군 지평면... 그래서 어떤 막걸리보다 지평막걸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