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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1). 왜 눈동자가 없는 그림을 그렸을까?

화별마 2024. 1. 4. 08:19

 

모딜리아니 그림 이미지

모딜리아니(1). 왜 눈동자가 없는 그림을 그렸을까?

 

1917년 봄, 모딜리아니는 파리 몽파르나스의 한 카페에서 잔 에뷔테른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당시 모딜리아니는 33, 잔은 19...

 

모딜리아니는 잔의 윤기 나는 갈색 머리와 푸른 눈동자에 푹 빠졌고 새하얀 피부를 찬양했으며 그녀의 성숙함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딜리아니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뚜렷한 이목구비와 우수에 찬 분위기의 그는 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고 술집을 전전하며 세속적인 사랑을 즐겼기 때문...

 

사랑에 빠진 된 모딜리아니는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그녀는 그저 수줍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나 잔은 모딜리아니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당시 그녀는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배우고 있었는데, 근처 모딜리아니의 낡은 화실 문 앞에 만취해 있던 그의 모습을 여러 번 본 것...

 

그런데 이상하게 이 남자에게 자꾸 끌렸고 생각할수록 가슴이 뛰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모딜리아니의 고백은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초조하게 그녀의 대답 기다리던 모딜리아니의 어깨에 그녀는 몸을 살짝 기댔고 그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모딜리아니는 그녀를 코코넛이라고 불렀는데, 그녀의 머리 모양이 코코넛을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녀는 모딜리아니의 방탕했던 과거를 묻지 않았고 자유분방한 과거를 알면서도 덮어주며 순수하게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의 가족은 모딜리아니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남자가 가진 것은 곱상한 외모일 뿐, 돈도, 명예도 없는 무명 화가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의 병약함을 크게 걱정했는데, 삐쩍 마른 모습에 계속 기침했고 걸음걸이도 시원치 않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잔의 부모는 이 남자는 아니라고 설득했지만, 부모처럼 신앙심이 깊던 그녀는 신을 믿는 것처럼 자신의 사랑도 믿었다.

 

부모의 반대가 심해지자 결국 그녀는 짐을 싸서 모딜리아니의 작업실로 왔지만, 그는 또 술에 취해 작업실 문 앞에 엎드려 있었다.

 

그 후 모딜리아니는 화실에서 틈틈이 잔을 그렸는데, 길쭉한 얼굴에 사슴처럼 가늘고 긴 목 그리고 우수에 찬 표정은 우아하면서도 무언가 서글퍼 보였다.

 

사실 모딜리아니의 꿈은 화가가 아닌 조각가였다. 실제로 그는 조각칼로 옛 아프리카 조각상을 조각했지만, 문제는 건강으로 늘 돌가루 속에서 살았던 그는 폐가 약해 각혈했고 넉넉지 않은 경제 사정은 그를 괴롭혔다.

 

그래서 그가 파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림뿐이었고 조각 대신 아프리카 조각상을 닮은 인물화를 그려댔다.

 

그 결과 그는 어느 사조에도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냈는데, 언젠가 그녀는 그런데, 당신이 그리는 제 얼굴에는 왜 눈동자가 없어요?’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모딜리아니가 그린 그림 속 그녀 눈은 텅 빈 아몬드 같았지만, 깊어진 두 눈이 전해주는 감정은 정말 묘하게 다가왔다그녀의 물음에 모딜리아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그때 눈동자를 그릴게.’

 

그녀를 만난 그 해, 모딜리아니는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그녀는 행복했다. 그리고 전시가 잘 마무리되면 더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갑자기 경찰이 전시장에 들이닥쳤고 모딜리아니가 그린 누드화 두 점을 없애라고 말해 그 그림을 철거 후 전시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그가 얻은 것은 '포르노 화가'라는 소문이었다.

 

첫 전시회 이후 모딜리아니는 싸구려 그림쟁이 취급을 받았고 그림은 헐값에 팔렸으며 뜸하게 들어오던 주문조차 끊어진다이에 모딜리아니는 절망했고 술과 약에 더 집착했으며 건강은 그야말로 최악이 되어버린다.

 

188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모딜리아니는 신생아 때부터 허약했는데, 사업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모딜리아니가 10살이 될 무렵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고 가난한 모딜리아니는 폐렴과 늑막염, 장티푸스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