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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남자에게 더 가혹하다.

별빛마을 손호종 2024. 10. 20. 08:01

여성의 눈 이미지

 

진화, 남자에게 더 가혹하다.

 

어느 날, 외출할 때 입을 옷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집사람이 투덜대는 바람에 화가 난 남편이 있을 것이다. 남편이 보았을 때는 옷 색깔이 괜찮으니까.

 

그런데 집사람의 이런 투덜거림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여성 중 약 3분의 1은 세상을 4가지 색으로 보지만, 반면 남성은 3가지 표준색인 빨강, 파랑, 초록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4가지 색깔을 인지할 수 있는 테트라크로마틱(Tetrachromatic) 시각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초록 또는 빨강과 미묘하게 다른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또 여성 중에는 5가지 색을 모두 구분하는 여성도 있는데, 요컨대 일부 여성이 보는 세상은 나머지 사람들이 보는 세상과 전혀 딴판이라는 말이다.

 

우리 눈은 신체 밖으로 드러난 뇌의 부속기관으로,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만지거나 냄새를 맡지 않고도 외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뇌로 전달한다.

 

또 인간의 망막에는 두 종류의 시각세포가 있는데, 흑백 명암을 인식하는 간상세포는 주로 밤에 활성화되고, 사물의 색을 구별하는 원추세포는 주로 낮에 활성화된다.

 

일반적으로 원추세포는 약간씩 다른 빛의 파장, 즉 빨강, 파랑, 초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적추체와 청추체 그리고 녹추체로 되어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보는 TV 화면도 이 3가지 색의 조합이고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도 이 세 가지 색의 혼합을 명암에 따라 인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빨간색과 초록색 광색소 유전자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 존재하며, 파란색 광색소 단백질을 형성하는 유전자는 상염색체인 7번 염색체에 존재해서 남성이 여성보다 색맹이 많고 적색 색맹은 많지만, 청색 색맹이 거의 없는 이유이다.

 

그리고 남성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X염색체가 하나라서 X염색체에 약간의 이상이 생기면 그것을 만회할 방법이 없지만, 여성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X염색체가 2개라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X염색체로 대체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망막 내부에서 색에 민감한 색소에 대한 유전 암호를 지정하는 유전자에 약간의 변이가 생겼다는 것이고 그 사람은 빨강 혹은 초록색 명암을 다른 사람들과 약간 다르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남성은 하나뿐인 X염색체에서 얻은 색조가 전부이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를 통해 빨간색 혹은 초록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

 

만약 2개의 X염색체가 모두 활성화되면 2가지 색소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전자를 갖게 되고 이런 여성은 기본적인 3가지 색 이외에 1가지 또는 2가지 색을 더 인식할 수 있다는 말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더 다양하게 세상을 본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전날 저녁 내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열심히 거짓말을 해도 그 말이 거짓임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여성의 신기한 능력은 어쩌면 색, 그것도 특히 빨간색에 민감한 여성의 능력과 관련이 있다.

 

, 여성들이 남성들의 거짓말에 도무지 속지 않는 것은, 남자들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드러나는 색의 변화를 훨씬 예민하게 감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진화는 남자들에게 더 가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