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경제 잡학

30엔(270원)이 올랐는데, 일본인들이 민감한 이유는?

화별마 2023. 10. 31. 11:22

엔화 이미지

30(270)이 올랐는데, 일본인들이 민감한 이유는?

 

미원의 원조격인 아지노모토는 일본 식품업계의 절대 강자로 아지노모토의 일본 시장 점유율이 무려 94%그런데 아지노모토가 유일하게 맥을 못 추는 시장이 마요네즈... 마요네즈 시장에서는 1919년에 창업한 큐피에 밀려 만년 2...

 

큐피의 마요네즈 시장 점유율이 60~70%... 반면에 아지노모토의 점유율은 10% 중반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마요네즈 시장에 이변이 지난 4월에 발생했다. 작년 6월까지만 해도 72.3%였던 큐피의 점유율이 10% 가까이 떨어지고 아지노모토의 점유율은 15.4%에서 17.2%로 상승한 것...

 

지각 변동을 주도한 제품은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8.4%였던 점유율이 지난 414.2%까지 뛰어오르면서 큐피가 잃어버린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도대체 일본 마요네즈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난해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일본의 기업물가는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따라서 늘어나는 원가를 감당하려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섣불리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었다.

 

만성 디플레 상태인 일본에서 가격을 올렸다가는 소비자가 떨어져 나가기 때문인데, 마요네즈 시장에서 총대를 맨 회사가 큐피...

 

큐피는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는 만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가 일부 이탈하더라도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가격을 고작 30(270)을 올렸는데도 소비자들이 무섭게 빠져나갔는데, 원인은 '227'라는 숫자로 30년 동안 일본 소비자들에게 마요네즈는 100엔대 상품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

 

30엔에 시장 점유율이 10%나 떨어진 마요네즈 시장은 일본 소비자가 가격에 얼마나 민감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 이유는 30년째 오르지 않은 소득, 오랜 디플레이션, 살벌한 수준의 일본 슈퍼마켓 경쟁 구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일본 정부의 가계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평균 수입 및 지출은 일본 4인 가구 기준 매달 43만 엔을 벌어 38만 엔을 쓰는데, 이 중 6만 엔이 식비다.

 

따라서 수입에서 지출을 뺀 여윳돈은 5만 엔으로 보통의 일본인 가정은 1년에 100만엔 정도를 저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일본 공익재단 생명보험문화센터가 작년에 발표에 따르면 은퇴한 부부가 최소한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노후자금이 월 232,000, 여유 있게 생활하려면 월 379,000엔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65세와 60세 이상인 일본인 부부는 매월 평균 191,000엔의 연금을 받는데, 20년 동안 받는 총액은 4,584만 엔...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서 연금 이외에 984만엔,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려면 4,512만 엔이 더 필요하다.

 

일본인의 이런 불안한 상황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2019년 일본 금융청에서 연금이 주 수입원인 65세와 60세 이상인 부부의 월수입과 지출을 분석한 것...

 

평균 수명이 95세까지 늘어나고 노후기간을 30년으로 잡는다면 1,980만 엔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정년까지 열심히 일하면 은퇴 후 연금만으로도 노후를 즐길 수 있다고 믿었던 일본인들에게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는 분석은 엄청난 충격...

 

특히 지진과 쓰나미, 호우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하거나 큰 병에 걸리는 등 예정에 없던 지출이 생겨나면 20~30년 후의 생활은 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면 일본인들이 슈퍼마켓에서 10엔 차이를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데일본인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행위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 이야기가 결코 먼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