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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여자들의 결투, 그 이유는 무엇일까?

화별마 2023. 11. 16. 10:38

여자들의 결투 이미지

16세기 여자들의 결투, 그 이유는 무엇일까?

 

1552년 나폴리의 귀족이었던 여성 이사벨라 데 카라치와 디암브라 데 포티넬라가 마상 시합으로 결투를 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두 여성은 파비오라는 남자를 두고 마상 시합했던 전설적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주변에는 도끼 창을 든 군인과 민간인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16세기 나폴리 사교계 여성들 사이에 파비오라는 사내는 잘생기고 멋진 신사로 모두에게 매우 인기가 있던 사내였다.

 

원래 친구 사이였지만, 결투를 벌였던 두 여인 모두 파비오를 열렬하게 사랑했는데, 이 사내가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서로 주장한 것...

 

결국, 입싸움으로 결론이 나지 않자 디암브라가 그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다며 친구인 이사벨라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6일 후, 두 여인은 마을의 들판에서 검과 창, 철퇴, 방패 그리고 갑옷을 입힌 말 등 결투 장비를 갖추고 마상 시합을 하는데, 이 사건은 나폴리 전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든다.

 

결투 당일 스페인 총독을 포함, 많은 나폴리 궁정 사람들이 두 여인의 결투를 보려고 모여들었는데, 당시 남자들끼리의 결투는 흔했지만, 여자들의 결투는 드물었기 때문...

 

벨벳 망토를 걸친 말을 탄 이사벨라는 가문의 문장(紋章)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투구를 쓰고 푸른 갑옷을 입고 나타났고 디암브라는 황금 뱀 문장이 있는 투구와 초록색 갑옷을 입고 나타난다.

 

그들이 탄 말은 당시 가장 높은 등급의 중세 군마였던 데스트리어(Destrier)로 기사들이 전쟁 혹은 마상 시합을 할 때 탔다.

 

신호나팔이 울리자 두 여성은 창을 들고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고 순식간에 창이 부러졌으나 창을 잃은 두 여인은 철퇴를 휘두르며 서로를 격렬하게 공격한다.

 

마침내 디암브라가 철퇴로 이사벨라의 방패를 부수자 놀란 말이 쓰러졌고 낙마한 이사벨라에게 그녀는 파비오가 자신의 사내인 것을 인정하라며 소리친다.

 

이때 갑자기 칼을 움켜쥔 이사벨라가 디암브라를 쓰러뜨리고 투구 끈을 끊자 디암브라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고 이사벨라는 결투의 승리로 파비오가 자신의 사내라는 것을 알린다.

 

나폴리 전역에서 몰려든 구경꾼들은 예상외의 역전 드라마에 열광했고 이 놀라운 결투 이야기는 당시 전 유럽의 궁정으로 퍼진다.

 

이후 구전으로 전해진 이 결투 이야기는 80여 년이 지난 후 17세기 스페인 화가 주세페 데 리베라가 '여자들의 결투(Duelo de Mujeres)'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남긴다.

 

흔히 결투를 남자들의 영역으로 여기지만, 여자와 여자 사이에서도 있었고 사실 여자들의 결투가 훨씬 더 잔혹했다.

 

기록에 의하면 남성 간의 결투는 10건 중 4건이 죽음을 가져왔지만, 여성 간의 대결은 10번 중 8번이 죽음으로 끝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