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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왜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어 사용될까?

화별마 2023. 11. 12. 15:55

진상 손님 이미지

진상, 왜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어 사용될까?

 

흔히 '진상'이라고 하면 백화점이나 음식점에서 직원에게 막 대하는 손님이나 과도한 요구를 하면서 뻔뻔하게 구는 꼴불견 같은 사람 등을 가리키는 말로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사실 '진상'의 본래 뜻 중 하나는 토산품이나 특산물, 귀한 것, 질 좋은 물건 등이 생기면 그것을 임금에게 충성심을 표하는 의미에서 바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진상은 어느 곳에 어떤 물건이 좋으니 올리라든가 혹은 어떤 좋은 물건이 좋으니 구해오라는 명령이 내려지는 반 세금화가 된다.

 

더군다나 행정제도가 정비되면서 지방까지 행정권이 미치자 세금을 거두는 경로가 진상품을 거두는 경로로 바뀐다.

 

즉 말로는 임금이나 양반에 대한 존경심과 예우라고 하지만, 먹고살기도 빠듯한 백성 입장에서는 귀한 특산물을 마련하는 일 자체가 고역이었고, 구하기 힘든 것을 지나치게 요구해서 살림에 적잖이 부담을 준다.

 

따라서 때마다 특산물을 준비해야 하는 백성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졌는데, 장마나 홀수로 한 해 농사를 망쳐도 특산물은 내야 했고 한양으로 이송하는 동안 생선이 상해도 죄 없는 백성만 벌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제주도에서는 귤을 진상하는 것이 힘들게 되자 귤나무를 없애버리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졌다고...

 

결국, 조선 후기 이런 진상의 폐단을 고치기 위해 조정에서는 특산물이 아닌 쌀을 바치도록 하는 대동법을 시행한다.

 

이처럼 진상이 백성들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자 '진상'은 임금에게 바친다는 의미에서 '백성을 괴롭히다'라는 부정의 뜻으로 바뀌었고 허름하고 나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지금은 그 부정적 의미를 차용해서, 못 생기거나 못 나고 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행동이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를 잡은 것...

 

조선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진상이라는 말... 그 말 안에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특산물을 받쳐야 했던 하층 민초들의 설움이 담겨있다.

 

그 외에도 진상이라는 말이 상놈 중의 상놈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진상이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