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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가 출동(毁家出洞),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라.

화별마 2023. 10. 20. 11:34

훼가 출동 이미지

훼가 출동(毁家出洞),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라.

 

오래전 마을 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때는 마을의 질서나 풍속을 어지럽힌 사람이나 그 가족을 자신들이 살던 마을 밖으로 내쫓는 일이 종종 있었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다시는 마을에 터를 잡고 살지 못하도록 그들이 살던 집을 부수기도 했는데, 이를 훼가 출동(毁家出洞)이라고 했다.

 

이렇게 살던 마을에서 쫓겨난 사람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무리로부터 내쳐지면 자신만 당할 수 없다 싶은, 어떻게든 헤살 부리고 싶은 감정이 치밀어 오를 수도 있다.

 

그런 사람 중에는 자신의 행실은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이 마을 쪽으로는 마른 오줌도 안 누겠다며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앙심을 품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마을 공동 우물에 가래침 뱉고 떠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 일은 누구도 모르는 일... 타의로 쫓겨났든 스스로 떠나왔든 먼 후일, 어떤 아쉬운 일로 다시 들어와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럴 경우, 떠날 때는 분한 마음에 앙갚음하고 나갔겠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는 계면쩍어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비록 사이가 틀어져서 살던 마을을 떠나는 때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언제나 갈등과 불만이 곳곳에서 생겨나지만, 이런 더러운 직장 그만둔다며 사표를 던졌어도 언제고 다른 직장에서 혹은 중요한 거래처에서 머쓱한 얼굴로 서로 조우할 수도 있다.

 

또 다시는 보지 말자며 오랜 인연을 끊은 후에 우연히 결혼할 사람의 친지나 중요한 사람의 파트너로 다시 연을 맺을 수도 있다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으로 좁기도 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자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이 말은 남자 화장실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도 붙여놓아야 한다.

 

침을 뱉고 돌아선 우물에 다시 찾아온다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아름답지 못한 결별은 악연의 외나무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