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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저승에 갔던 선비 3명의 소원은?

화별마 2023. 10. 19. 12:46

삼설기 이미지

술에 취해 저승에 갔던 선비 3명의 소원은?

 

삼설기(三設記)’는 우리나라 고전소설 중 유일한 국문 단편집으로 한국 문학사 속에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설기에 들어 있는 9편의 단편들은 조선 말기의 소설이지만, 그 구성이나 문장이 근대성을 띠고 있으며 단편으로도 기교적인 작품들...

 

이 소설의 작자가 밝혀지지 않아 미상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다듬어진 기교를 보이고 문장도 화려하다.

 

삼설기방각본은 희귀본으로 서강대학교 도서관이 상권을 소장하고 있고, 오한근(吳漢根)이 상··하 3책을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도서관 가람문고에 하권 1부가 금수전(禽獸傳)’으로 소장하고 있다.

 

삼설기삼사횡입황천기(三士橫入黃泉記)’에 나오는 이야기 한 대목이다. 옛날, 낙양 동촌에 함께 과공(科工)에 힘쓰던 선비 3명이 있었다. 하루는 봄철을 맞아 백악산에 올라 더불어 산천경개의 아름다움을 즐기다가 술에 몹시 취해 인사불성이 된다.

 

이들이 술을 과음해서 인사불성이 된 줄 모르고 죽은 것으로 착각해서 저승사자가 이들을 염라대왕에게 데려간다염라대왕이 가만히 명부를 살펴보니 아직 죽을 때가 안 된 사람을 저승사자가 잘못 데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미안한 마음이 든 염라대왕은 선비들의 소원을 한 가지씩을 들어준 다음 세상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장수가 되고 싶다는 선비와 문신이 되고 싶다는 선비는 염라대왕의 이 제안에 쉽게 응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선비는 이런 큰 실수를 해놓고 겨우 소원 한 가지만 들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적어도 3가지 소원을 들어달라며 염라대왕에게 아주 생떼를 썼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어처구니가 없어하면서도 그 선비에게 3가지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선비는 대답하기를 첫째 소원은 올바른 가정에서 태어나서 효도하는 것이었고 둘째 소원은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하지만, 생필품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려한 자연을 벗 삼아 자유롭게 사는 일, 셋째 소원은 명예나 관직 따위는 필요 없고 무병장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염라대왕은 이 선비의 소원을 들어주었을까? 이 말을 들은 염라대왕은 대노해서 욕심이 과하고 말할 수 없이 흉악한 놈이라 꾸짖는다.

 

성현 군자도 하지 못하는 일을 모두 달라고 하니, 그 노릇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자기가 염라대왕 자리를 내놓고 하겠다고 한다흔히 사람들이 바라는 것...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언제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