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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의 팃포탯 전략,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화별마 2023. 10. 26. 08:29

팃포탯 전략 이미지

행동경제학의 팃포탯 전략,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행동경제학에는 팃포탯(Tit For Tat)’이라는 전략이 있다. 영어로 Tit은 가볍게 툭 친다는 의미이며 Tat 역시 비슷하게 가볍게 때린다는 의미다.

 

즉 팃포탯은 상대가 먼저 툭 치면 나도 맞받아서 툭 친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 전략은 매우 단순한데, 상대가 공정한 게임을 하면 우리도 공정하게 상대를 대하지만, 상대가 비열하게 나오면 우리도 비열하게 되받아치는 것...

 

이처럼 보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잠시 잊을 수 있다면, 행동경제학적 측면에서의 보복 전략은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하다그 이유는 내가 배신하면 반드시 보복당한다는 두려움이 있어야 인간은 배신을 멈추고 협동의 길로 나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스에 협력한 부역자들을 색출해서 엄중하게 죄를 물었는데, 지은 죄에 대해 독일 사회가 분명한 보복을 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독일은 나치스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도 얻었으며 더 이상 독일에서 나치스를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사회에 발을 붙일 수 없었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같은 전범 국가인 일본은 제대로 된 반성은 물론 제국주의 부역자들을 오히려 전쟁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죄를 단죄하지 못했기에 일본은 아직도 욱일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전히 전쟁을 꿈꾸는 제국주의자의 후손이 사회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일본이 독일과 다르게 아시아권 여러 국가로부터 아직도 정서적인 견제를 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약 70년 동안 친일 청산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런 보복적 단죄가 실패하자 이후 우리 사회는 정의를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졌고 친일파가 해방 이후 버젓이 사회 고위층이 되어 기득권을 차지한 것이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말처럼 상대방이 배신하면 반드시 보복하고, 상대방이 협조하면 반드시 협력으로 응하는 경제학의 팃포탯 전략은 사회 정의를 세우는 매우 훌륭한 전략이다.

 

상대방이 죄를 지었어도 미래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용서하자는 말은 일견 사랑이 넘쳐 보일지 모르지만, 행동경제학적으로는 옳은 전략이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단죄해야 그 죄의 반복을 멈출 수 있다.

 

1926318, 중국 정부가 학생과 시민이 벌인 평화 시위를 무력 진압하면서 47명이 사망하는 3·18 사태가 발생했고 1927년에는 4·12 대학살로 불리는 국민당 정권의 만행도 있었다.

 

이때 지식인으로 불린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린위탕(林語堂)이 보복이 아닌 관용과 타협으로 용서하고 과거는 잊자는 페어플레이를 하자라는 글을 발표한다.

 

이때 사람을 무는 개가 물에 빠졌을 때, 그 개를 구해 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두들겨 패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개가 뭍에 나와 다시 사람을 문다며 루쉰은 페어플레이는 이르다고 단언한다.

 

행동경제학의 게임이론에 의하면 루쉰의 이 같은 보복적 태도는 사회 전체적으로 편익을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한 전략으로 이런 보복 전략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