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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냉면, 함흥에는 없는 이 냉면의 유래는?

화별마 2023. 10. 27. 10:40

함흥냉면 사진

함흥냉면, 함흥에는 없는 이 냉면의 유래는?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를 보면 관서지방에서 먹던 평양냉면을 최고로 인정해 주었지만, 관북 지방의 냉면인 함흥냉면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중국에 자장면이 없는 것처럼, 놀랍게도 함흥에는 함흥냉면이 없다. 지금도 함흥에 가보면 함흥냉면을 파는 곳이 없다고...

 

사실은 함흥에서 감자로 국수를 뽑아 먹었던 농마국수를 6.25 전쟁 이후 속초에 모여 살던 함흥 지역 실향민이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으로 팔았던 것... 그 후 함흥 실향민들이 건어물을 공급하던 오장동 중부 시장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트린 것이다.

 

또 함흥에는 부근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가자미 회를 넣어 먹는 국수도 있었는데, 이를 회 국수라고 불렀다.

 

실향민들은 함흥에서 농마국수를 뽑아 먹던 감자 전분으로 면을 뽑아, 메밀로 만든 평양냉면보다 더 쫄깃한 면발에 회 국수의 추억을 더한 고춧가루 양념으로 회의 비린내까지 없앤 매콤한 비빔냉면을 개발했다.

 

이 냉면의 이름은 그냥 회냉면이었는데, 평양냉면과 대비해서 함흥 실향민들이 개발한 음식이라는 의미의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그들이 해 먹던 회 국수는 해안가에서 잡은 싱싱한 가자미를 회로 떠서 양념과 함께 비벼 먹는 것으로 얼큰한 양념 맛과 함께 오도독한 생선 뼈가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남쪽에서 농마국수를 재현한 이후 점차 감자녹말 대신 제주도 등지에서 생산되는 고구마 녹말로 면을 뽑고 회 국수에 얹어 먹던 가자미 대신에 남쪽에서 풍부하게 잡히는 홍어를 얹어 먹지만 북쪽에서 먹던 국수보다 더 맛이 있다.

 

조선 시대에 냉면을 만들기 위해 메밀 반죽에서 가는 면발을 뽑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로 실보다 약간 굵은 냉면 면발을 뽑으려면 면자기(麵榨機)’가 필요했다.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지에 면자기에 대한 기록이 보이는데, 당시 면자기에서 면을 뽑는 것은 매우 고된 노동이었다성인 남자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기를 쓰고 힘을 주어야만 국수 반죽이 눌려지며 국수가 탄생했다.

 

1932년 함경남도 함주군의 금강 철공소 주임이었던 김규홍 씨가 기계식 면자기를 개발한 덕분에 냉면의 대중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