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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 청어, 네덜란드 식량부족과 경제를 살린 음식.

화별마 2023. 10. 24. 09:59

절임 청어 이미지

절임 청어, 네덜란드 식량부족과 경제를 살린 음식.

 

말린 청어와 말린 대구는 중세 유럽의 음식이자 화폐와도 같았는데, 생선의 크기와 모양을 똑같이 해서 말린 후 곡식이나 옷, 도구 등과 교환했기 때문이다청어는 기름지고 맛이 좋고 특히 말리면 독특한 풍미가 살아나 유럽에서 인기가 매우 많았다.

 

1425년 해류가 변해 청어가 네덜란드 앞바다인 북해로 몰려오는 바람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매년 여름 약 1만 톤의 청어를 잡았다.

 

당시 네덜란드 인구 약 100만 명 중 30만 명이 청어잡이에 종사한 것을 보면 청어는 그야말로 모든 네덜란드 국민의 밥줄이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청어잡이에 목을 맨 이유는 국토 대부분이 높이가 낮아 늪지에서는 목축업은 물론 농사도 짓기 어려워 먹을 것이 귀했다오죽하면 함께 모여 식사를 해도 자기가 먹은 분량을 책임지는 더치페이(Dutch Pay)’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청어잡이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청어는 죽자마자 부패하기 시작한다는 것... 따라서 어부들은 생선이 상할까 조업 중에도 배를 돌려 돌아오는 바람에 청어잡이로 번 돈보다 기름값이 더 많이 들었다.

 

이런 문제점을 1358년 빌럼 벤켈소어라는 한 어민이 작은 칼을 개발하면서 해결한다그는 청어를 잡는 즉시 작은 칼로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머리를 없앤 다음 소금에 절여 통에 담아 보관했다.

 

이런 염장법을 개발되자 며칠 동안 청어를 잡아 가득 싣고 올 수 있게 되었고 육지로 돌아와 소금에 한 번 더 절여졌다. 작은 칼 한 자루 덕분에 생선을 1년 이상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된 것... 당시 식량이 부족해서 보관 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한 절임 청어는 전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기독교의 오랜 전통 중 일정 기간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 죄를 뉘우치며 자기의 욕심을 절제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 금식일이 1년에 140일이었다.

 

이때 육류를 먹지 못하는 금식 기간에는 고기 대신 청어가 불티나게 팔렸는데, 유럽 각지의 상인 수백 명이 매일 소금에 절인 청어를 사갔다고...

 

또 네덜란드 해군과 상선에게도 절임 청어가 필수품이었는데, 유대인은 이들을 대상으로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 판매했다.

 

지금도 네덜란드에서는 절임 청어인 더치 헤링을 즐겨 먹는다. 주로 꼬리를 잡고 통째로 먹기도 하고, 양파를 곁들여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