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과 주원장, 중국 건달 계보에 들어있는 이유?

 

유방과 주원장, 중국 건달 계보에 들어있는 이유?

 

중국에서 말하는 ‘유맹(流氓)’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올바른 직업에 힘쓰지 않고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 말로 부른다면 건달이나 부랑자 혹은 깡패쯤 될까?

 

중국에서는 시대에 따라서 ‘유맹’의 이름을 달리 불렀는데, 선진(先秦) 시기에는 타민(惰民) 혹은 유협(游俠)으로, 진한 때는 악소년(惡少年), 위진 남북조 때는 무뢰배(無賴輩), 수(隨)와 당(唐) 때는 방시 악소(坊市惡少), 송 대에는 파락호(破落戶), 원나라 때는 무적지도(無籍之徒), 명대에는 광곤(光棍), 청나라 때는 무뢰 곤도(無賴棍徒)라고 불렀다.

 

이들은 사회적 하층계급으로 또 그 사회의 일탈 집단으로 취급을 받았지만, 한나라의 유방과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처럼 건달에서 왕까지 된 인물들이 있었으니, 어찌 보면 유맹이 중국 역사를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처럼 각각의 역사 시대에는, 이런 건달들이 사회,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제반 영역에서 나름대로 자신들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이 건달들은 언제나 누군가를 속이고, 사기 치고, 싸우고, 빼앗는 일로 백성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것... 오늘날의 삼합회나 마피아, 야쿠자처럼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국가적인 범죄와 해악을 끼친 경우도 많았다.

 

물론 이들도 할 말은 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상업의 발달로 소외되었고, 진한 때는 재해나 가혹한 세금 징수 때문에, 송나라 때는 최고 권력자의 건달 성향 때문이었기에... 하지만 건달 중 몇몇은 봉건적 압제에 저항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반동적 세력과 한패가 되어 백성에게 나쁜 짓을 저질렀다. 또 건달들이 내세우는 유일한 자랑거리인 ‘의리’(義) 역시 사리사욕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그런데 왜 한 고조였던 유방과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중국 건달의 계보에 들어있을까?

 

유방은 ‘무뢰배’로 신의(信義)를 찾아볼 수가 없었던 인물... 기습적으로 군대를 빼앗는 등 한신을 세 번씩이나 속였고, 선비를 안 좋아해서 유생이 관(冠)을 쓰고 오면 관을 벗기고 거기에 오줌을 누었을 정도의 건달이었다. 거기에다 자신의 출신과 걸맞게 도망자와 무뢰배들을 신하로 삼았는데, 이런 점은 주원장도 비슷했다.

 

결국, 중국에서는 누군가를 속이고, 지식인을 능멸한 권력자를 건달로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역사는 닮아있고, 돌고 돈다고 하는 것일까? 요즘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볼 때마다 중국의 유맹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