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설(理屋說), 낭패(狼狽)라는 교훈을 알려주다.
무신의 난이 한창일 때 태어나 민란과 몽골의 침입 등 격동기에 일생을 보냈던 고려 중기 문인 이규보의 개인 문집 '동국이상국집'은 국문학사 연구에 중요한 문헌... 이 문집에는 이옥설(理屋說) 즉, 집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글이라는 짧은 한문 수필이 들어 있다.
'행랑채가 퇴락하여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나는 마지못하여 이를 모두 수리하였다. 그런데 그중의 두 칸은 장마에 비가 샌 지가 오래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고, 나머지 한 칸은 비를 한 번 맞고 샜던 것이라 서둘러 기와를 갈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리하려고 본즉 비가 샌 지 오래된 것은 그 서까래, 추녀, 기둥, 들보 다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었던 까닭으로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던 한 칸의 재목들은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던 까닭으로 그 비용이 많지 않았다.
나는 이에 느낀 것이 있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그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예화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치를 실생활에서 있었던 경험을 통해 깨우쳐 주고 있는데, 작은 잘못이라도 그것을 빨리 깨우치고 미리 고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어 큰 낭패(狼狽)를 볼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낭패’란 조급한 나머지 다급하게 조치를 잘못 취해 처지가 고약하게 된 경우를 뜻하는데, 낭패는 이리와 비슷하게 생긴 전설상의 동물로 '낭'은 태어날 때부터 뒷다리가 없거나 아주 짧고, '패'는 앞다리가 없거나 아주 짧다.
또 '낭'은 성질이 난폭하고 지략이 부족한 반면, '패'는 성질이 순하면서 머리도 뛰어나다. 따라서 두 동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의 신체적 약점을 보완해 주며 함께 생활하고 의지해야만 한다.
그런 신체적 조건과 성품 때문에 먹이를 찾을 때는 '패'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만약 두 동물이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기고 나중에는 두 동물 모두 먹이를 찾을 수 없어 결국은 굶어 죽게 된다.
댐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틈에서 물이 새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바로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면 곧 커다란 낭패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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