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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설(理屋說), 낭패(狼狽)라는 교훈을 알려주다.

화별마 2023. 7. 1. 09:25

늑대 이미지

 

이옥설(理屋說), 낭패(狼狽)라는 교훈을 알려주다.

 

무신의 난이 한창일 때 태어나 민란과 몽골의 침입 등 격동기에 일생을 보냈던 고려 중기 문인 이규보의 개인 문집 '동국이상국집'은 국문학사 연구에 중요한 문헌... 이 문집에는 이옥설(理屋說) , 집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글이라는 짧은 한문 수필이 들어 있다.

 

'행랑채가 퇴락하여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나는 마지못하여 이를 모두 수리하였다. 그런데 그중의 두 칸은 장마에 비가 샌 지가 오래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고, 나머지 한 칸은 비를 한 번 맞고 샜던 것이라 서둘러 기와를 갈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리하려고 본즉 비가 샌 지 오래된 것은 그 서까래, 추녀, 기둥, 들보 다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었던 까닭으로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던 한 칸의 재목들은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던 까닭으로 그 비용이 많지 않았다.

 

나는 이에 느낀 것이 있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그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예화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치를 실생활에서 있었던 경험을 통해 깨우쳐 주고 있는데, 작은 잘못이라도 그것을 빨리 깨우치고 미리 고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어 큰 낭패(狼狽)를 볼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낭패란 조급한 나머지 다급하게 조치를 잘못 취해 처지가 고약하게 된 경우를 뜻하는데, 낭패는 이리와 비슷하게 생긴 전설상의 동물로 ''은 태어날 때부터 뒷다리가 없거나 아주 짧고, ''는 앞다리가 없거나 아주 짧다.

 

''은 성질이 난폭하고 지략이 부족한 반면, ''는 성질이 순하면서 머리도 뛰어나다. 따라서 두 동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의 신체적 약점을 보완해 주며 함께 생활하고 의지해야만 한다.

 

그런 신체적 조건과 성품 때문에 먹이를 찾을 때는 ''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만약 두 동물이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기고 나중에는 두 동물 모두 먹이를 찾을 수 없어 결국은 굶어 죽게 된다.

 

댐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틈에서 물이 새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바로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면 곧 커다란 낭패에 직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