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 스프가 별도로 들어있는 이유는?
일본 라면의 원조는 안도가 개발한 ‘치킨 라멘’... 그런데 이 치킨 라멘뿐만 아니라 그가 출시한 모든 라멘에는 우리나라 라면과는 달리 스프가 들어있지 않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라면에는 스프가 별도로 들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양식품 창업자였던 전중윤은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면이 유행한다는 소문을 듣고 1962년 당시 외교 관계가 없던 일본으로 건너간다. 하지만 전중윤은 안도의 라멘 특허권과 제조 기계를 살 수 있는 큰 자금도 없었고, 안도를 만날 수는 더욱 없었다.
그렇게 낙담하고 있던 전중윤은 지인의 도움으로 당시 일본 인스턴트 라멘 업계의 2위 업체였던 묘조식품(明星食品)의 대표 오쿠이 기요스미를 어렵게 만나게 된다.
오쿠이는 전중윤을 만나자, 한국전쟁 때 일본이 미군의 보급기지 역할을 해서 일본 경제가 발전했으니,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오쿠이는 자신의 약속을 바로 실행에 옮겼는데, 당시 묘조식품의 인스턴트 라멘은 안도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국수 위에 스프가 뿌려진 안도의 치킨 라멘과 다르게 양념 스프를 별도로 넣은 스타일이었다.
따라서 삼양식품의 인스턴트 라면도 양념 스프를 국수와 별도로 넣어 1963년 9월 15일 한국 최초의 ‘즉석 삼양 라면’이라는 이름으로 발매,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니 ‘즉석 삼양 라면’이라는 이름에서 ‘즉석’과 ‘삼양’이라는 말은 알겠는데, ‘라면’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라면’을 ‘라면(羅棉)’... 즉 옷감의 한 종류로 생각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삼양식품에서는 1963년 10월 여러 신문에 광고하면서 ‘즉석’을 ‘즉석 국수’로 바꾸어 ‘라면’이 국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광고를 내보낸다.
그런 마케팅 전략은 점차 성공하기 시작했고 라면 발매 첫해인 1963년 12월 한 달 판매량이 20만 봉지였지만, 다음 해 5월에는 판매량이 73만 봉지로 대폭 늘어난다.
이렇게 ‘삼양 라면’은 더 이상 옷감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이라는 자리를 지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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