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방패’, 이 로마의 전설적 요리는 어떤 요리였을까?
중국의 역대 잔치 중에서 최고로 인정하는 것이 108가지의 요리를 차리고 후식까지 포함, 300여 가지 음식을 장만했다는 ‘만한전석(滿漢全席)’으로 18세기 청나라 건륭제의 ‘천수연(千叟宴)’이다.
무려 사흘 동안 먹고 마셨다는 대단한 잔치상이지만, 로마의 연회와 비교해 보면 조금 초라하게 느껴진다.
로마 시대를 기록한 역사서와 시, 소설 등의 문학 작품에는 로마의 화려한 연회에 대해 다양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2세기 초 수에토니우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로마 제국의 황제 11명에 대해 ‘황제전’을 썼는데, 로마인이 누린 극한의 사치를 엿볼 수 있는 기록도 남겼다.
그중 한 명이 로마 제국 제8대 황제로 서기 69년 4월 집권해서 그해 12월에 자리에서 쫓겨난 아울루스 비텔리우스 황제다.
아울루스 비텔리우스 황제는 맛있는 요리에 빠져 어마어마한 돈을 물 쓰듯 하며 연회를 열었던 유명한 인물로 ‘황제전’ 중 비텔리우스 전기 제10장에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독할 정도로 사치에 집착했던 그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서너 차례 잔치를 열어 엄청난 요리를 먹어댔는데, 습관적으로 토하며 먹었던 것은 물론, 하루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이곳저곳을 다니며 연회를 즐겼다고...
그의 형제가 주최한 한 연회에서는 한 번에 2,000가지의 생선 요리와 7,000가지의 각종 새 요리가 차려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또 비텔리우스 황제가 직접 주최한 연회에서는 로마 수호신의 이름을 딴 ‘미네르바의 방패’라는 요리가 소문이 났는데, 이 요리는 그때그때 내용물이 달랐다.
하지만 커다란 접시에 생선의 간, 꿩과 공작의 뇌, 플라밍고의 혀, 멀리 페르시아의 에게해 또는 스페인의 지브롤터해협에서 전함으로 실어 나른 신선한 칠성장어의 내장 등은 빠지지 않고 나왔다고 전한다.
비텔리우스 황제는 만족할 줄 모르는 식욕의 소유자로 여행 중에도 이런 식도락을 즐겼는데, 8개월의 집권 동안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약 1,000억 원의 돈을 낭비해서 로마의 재정이 휘청거릴 정도...
결국 비텔리우스 황제는 약 8개월 만에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 살해당하는 신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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