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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크, 지옥의 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화별마 2023. 7. 2. 06:50

하이에크 사진

 

하이에크, 지옥의 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하이에크의 사상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심지어 공산국가의 지식인까지 몰래 하이에크의 책을 읽었을 정도였다.

 

하이에크의 저서 중 가장 눈길을 끈 책은 노예의 길 (The Road to Serfdom)’...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은 이 책이 출간된 뒤, 몇십 년이 지난 후에야 그의 주장을 받아드렸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정치인은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하이에크가 한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었던 최저임금제... 노동자의 임금을 현실화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일이고, 정이 넘치는 인도적인 정책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영업자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선의가 지옥이 된 경우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임대료 규제 정책도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집 없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집주인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못 올리게 규제해야 한다는 정책이었는데, 이 정책 역시 따뜻하고 인간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이에크는 임대료 규제 정책으로 오스트리아가 얼마나 국가적으로 손해를 보고, 경제가 침체되었는지를 낱낱이 폭로하고 경고했다.

 

또 하나, 지옥으로 가는 길이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강력한 증거는 북한... 같은 민족으로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남한과 북한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식량도, 집도, 직업까지 모두 국가에서 제공하는 선의가 넘쳐나는 곳이 북한... 북한에서 펼치는 정책은 모두 선의가 아닌가?

 

청교도들은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깊은 신앙심으로 공동 생산과 분배 방식으로 농사를 지었다. 신앙심이 깊었던 그들은 노약자와 병자 그리고 어린이들은 노동에서 제외시키는 선의를 베풀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이 발생하자 결국, 지도자는 각자도생 할 것을 선언하며 개인에게 땅을 나눠주고 각자 책임하에 농사를 지으라고 했다.

 

놀랍게도 그해부터 풍년이 들기 시작했고 하나님께 추수한 곡물을 올리고 감사의 제사를 올렸다. 이렇게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선의로 포장된 지옥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나서 생겨난 기념일이다.

 

선의가 지옥으로 가는 길을 연 사례가 또 있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참새가 인민의 곡물을 훔쳐 먹는 인민의 적이며 적폐니까 모두 잡아 죽이라고 했다. 그래서 중국 인민들이 참새의 씨를 말렸지만 대 흉년이 왔다. 참새가 없어지니 해충이 창궐한 것... 참새 잡기 운동은 4천만 명이 굶어 죽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덩샤오핑은 하이에크를 초청해서 중국 인민을 배불리 먹이고, 잘 살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다. 그 자리에서 하이에크는, 중국 농민이 생산한 것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하라고 조언했고, 덩샤오핑은 하이에크의 조언을 따랐다. 그 후, 대륙에 농산물 수확이 늘고 풍년이 들었다.

 

그래서 덩샤오핑은 까만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주장했고 선부자론(先富者論) 정책을 펼치면서 누군가가 먼저 부자가 되어야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을 지금처럼 발전시킨 개혁과 개방 정책의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