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 소비 습관에 영향을 줄까?

촉각, 소비 습관에 영향을 줄까?

 

심리학자 할로는 ‘갠지스강의 원숭이’라는 유명한 실험을 했는데, 막 출생한 새끼 원숭이들을 특별 제작한 우리 안에 넣었다.

 

우리 안에는 철사로 만든 두 마리의 ‘엄마 원숭이’가 있었고 한 엄마 원숭이의 품에는 젖병이 있었고 다른 한 엄마 원숭이의 품에는 젖병이 없는 대신 철사 표면이 포근한 담요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새끼 원숭이들이 어느 엄마 원숭이의 품으로 가는지 지켜본 결과, 대부분의 새끼 원숭이들은 담요로 덮인 엄마 원숭이의 품으로 갔다. 또 연구진이 천둥 같은 소리를 내자 새끼 원숭이들은 담요로 덮인 엄마 원숭이 쪽으로 피신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끼 원숭이들의 이러한 경향은 사람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나는데, 사람도 태어나자마자 촉각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

 

촉각을 중요시하는 이런 성향은 소비 습관에도 영향을 준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면 점원이 꺼내 주는 방식이었지만, 대형마트가 생겨나면서 각종 전시된 상품들을 원하기만 하면 꺼내 만져 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촉각을 통한 이런 기억은 그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고 알려졌다.

 

위스콘신대학교 펙 교수 연구진은 촉각이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231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 앞에 상품 2개가 놓였는데, 하나는 스프링 장난감이고 다른 하나는 커피잔... 절반의 학생들은 이 상품들을 만져 볼 수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만져 볼 수 없었다.

 

상품을 관찰한 후 각 물건에 대해 평가를 했는데, 평가 항목에는 그 상품을 가지고 싶은 정도와 상품에 대한 구매 의사 가격도 포함되었다.

 

실험 결과, 상품을 관찰할 때 만져 볼 수 있었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두 상품 모두 더 갖고 싶어 했으며, 구매 의사 가격 또한 더 높게 매겼다.

 

2009년 미국 ‘타임스’지에 다음과 같이 소비자에 대한 충고가 실린 적이 있었다.

 

‘만약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겠다면 주머니에 손을 넣으십시오. 물건을 만지지 못하면 그걸 사고 싶은 마음도 줄어들 것입니다. 반대로 당신이 슈퍼 점원이라면 손님이 물건을 만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상품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물건을 만지게 놔두는 편이 판매 실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촉각은 사람과 상품 그리고 사회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적용이 되는데, 1992년 이스라엘대 호닉 교수는 접촉하면 설득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스태프 4명에게 슈퍼에서 신제품을 판매하는 점원인 척 연기를 시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신제품 시식을 권했다. 그 중 스태프 2명은 고객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시식을 권했고, 다른 2명은 고객에게 말없이 시식용을 내밀기만 했다.

 

실험 결과, 어깨가 닿은 고객 중 84.6%가 시식했고, 그중 65%가 실제로 구매했지만, 어깨가 닿지 않았던 고객은 65%만 시식했고, 그중 43%가 구매로 이어졌다.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제품을 파는 시대에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소개 문구나 사진으로밖에 판단할 수밖에 없어 오감 중 가장 예민한 촉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