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심리 잡학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 낯선 이에게 비밀을 말하고 싶은 심리.

화별마 2023. 11. 11. 09:49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 이미지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 낯선 이에게 비밀을 말하고 싶은 심리.

 

신라 시대 경문왕은 임금이 되고 나서 당나귀처럼 큰 자신의 귀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임금의 의관을 관리하는 복두장에게는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복두장에게 절대 비밀을 발설하지 말도록 명령했고, 복두장은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는 비밀 때문에 괴로워했다.

 

혼자 비밀을 간직하느라 병이 날 지경이었던 그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대나무 숲으로 가서 큰소리로 외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러나 그 소리는 서걱거리는 대나무 소리에 묻히고 말았는데, 어쩐 일인지 바람이 부는 날이면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들렸다.

 

이 소문을 알게 된 임금은 대나무 숲을 모두 베어 버리고 산수유를 심도록 했다. 경주에 산수유가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이렇게 비밀을 혼자 간직하는 것은 괴로운 일로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본능에 가까운 충동이 있다고 한다.

 

아이오와 대학 커뮤니케이션 교수 아피피는 우리에게 비밀이 있고 그것을 깊이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커지고 건강도 해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비밀을 털어놓거나 그 비밀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연구자들은 이것을 열병 모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물론 지킬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에 따르면 95% 이상의 사람들이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는 자기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전문가는 비밀이 없다고 말하는 5%의 경우도 거짓말일 수 있다고 말하는데, 비밀을 간직한 많은 사람은 누구에게, 어떻게 밝힐지를 고민한다고... 

 

그렇다고 잘 아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털어놓을 수가 없어서 낯선 이에게는 오히려 쉽게 털어놓는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고, 앞으로도 없을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익명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이런 현상을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변호사였던 직 루빈이 자신의 논문에서 설명한 개념이다.

 

이 현상은 이방인과 같이 낯선 상대에게 자신의 비밀스러운 과거사에 대해 자세하게 들려주고 싶은 충동 심리를 의미한다.

 

이방인이라면 낯선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더 나아가 공감이나 조언을 해줄 경우, 타인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심리적 보상도 함께 느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