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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1),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유럽으로 왔을까?

화별마 2023. 12. 23. 14:40

집시 이미지

집시(1),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유럽으로 왔을까?

 

오늘날 학자들은 집시의 기원이 인도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데, 원래 인도의 서북부 찬디가르를 포함하는 펀자브의 카슈미르 일대에 집단적으로 살고 있던 하층민들이 전쟁이나 기근과 같은 어떤 이유로 5~6세기경에 서쪽으로 이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집시들이 서쪽으로 이주한 후 집시에 대한 신빙성이 있는 기록이 전설과 역사가 뒤섞인 페르시아 문헌에 처음으로 나타나는데, 10세기경 이스파한의 역사가인 함자는 페르시아에 12천 명의 조트악사들이 들어왔다고 기록해 놓았다.

 

이 기록에 의하면 당시 페르시아에는 인도에서 온 음악에 아주 재주가 뛰어난 집시들이 많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들이 이미 농경 생활보다는 유랑을 즐기는 악사로서 때로는 도둑질도 했음을 알려준다.

오랫동안 페르시아와 터키 그리고 그리스 등에서 악사와 점쟁이, 대장장이 등을 하며 지내고 있던 그들이 또다시 이동한 것은 14세기 중엽...


그들은 매우 신속하게 발칸반도를 북상, 1418년경에는 보헤미아와 함부르크에 이르렀고, 서쪽으로는 1427년 파리 그리고 1440년경에는 영국에 와 있었다그때부터 유럽 문화에 집시들이 등장하는데, 셰익스피어의 몇몇 작품 속에도 집시가 등장한다.


예를 들면 그의 작품 오셀로에서 오셀로와 애정의 표시로 장차 비극의 씨앗이 될 손수건을 데스데모나에게 주면서 이 손수건은 옛날에 한 이집트 사람이 어머니에게 주었던 것인데, 어머니는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어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셰익스피어도 다른 유럽인들과 마찬가지로 피부가 검었던 집시들이 이집트에서 온 것으로 믿었다.


집시라는 영어 호칭은 스페인어의 히따노(Gitano), 프랑스어의 지땅(Gitan), 이탈리아어의 징가로(Zigaro)와 마찬가지로 이집트인에서 온 말...


즉 이집트인(Egyptian)의 두음 소실로 변형된 지안(Gicyan)이 집시(Gipcy)가 되고 이것이 다시 집시(Gypsy) 또는 집시(Gipsy)가 된 것이다.


이에 비해 발칸과 터키 일대에서는 그들을 찌간(Tzigane)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밑바닥 천민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싱가노이(Acinganoi)에서 파생된 말...

 

그러나 집시 자신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로마어로 사람이라는 뜻의 롬으로 부르고 그들이 사용하는 로마니어가 멀리 동쪽에 있는 코카서스나 서아시아 그리고 북부 인도의 산스크리트 계통의 언어와 통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이집트나 그리스 출신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14278, 집시들은 당시 영국이 점령하고 있던 파리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나타냈고 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군중들에게 에워싸여 3주 동안 성 드니 성당에서 천막을 치고 살았다.


그러나 바로 그들을 둘러싸고 좋지 못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는데, 용안 집시 점쟁이들에게 손금을 보는 사이 지갑이 없어진다는 것...

이 소문을 들은 파리 주교는 속기 쉽고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꾸짖었으며 집시들은 어쩔 수 없이 파리에서 쫓겨나 퐁투아즈로 이동해야 했다.


그 후 프랑스 모든 지역은 집시들의 발길로 가득 차게 되고 그들 중 일부는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에 있는 성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 가는 것처럼 위장해서 아라곤과 카탈루냐를 거쳐 카스티야를 지나 안달루시아에 도착한다.

1501년 무렵에는 일부의 집시가 남부 러시아로 이동했으며, 다른 일부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간다.


그리고 1721년 마침내 그들은 시베리아의 수도 토볼스크에 다달랐고 중국에까지 들어가려고 했으나 총독이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15~18세기 사이 집시들은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살게 된다.


이렇게 지구상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게 된 집시는 중세 파리의 혼잡한 군중들 틈에서 자신의 인생처럼 짧고 격정적인 춤을 추는 노트르담의 꼽추에 등장하는 에스메랄다가 된다.

 

또 투우사와 눈이 맞아 첫 애인을 버리고 끝내는 자신이 버린 애인의 손에 죽고 마는, 라틴어로 시. 노래. 예언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정열적인 여인 카르멘으로 탄생한다.


한마디로 집시를 유랑하는 민족이라고 하지만,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경우처럼 지금은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정착 생활을 하는 집시들도 적지 않다.


집시 사회에서는 그들을 께렝게(정착 집시)라고 부르며 께렝게는 유랑 집시 드로멩게를 얕본다.


프랑스에서는 집시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유랑 생활을 하고 있으나 1,000~1,200만으로 추산되는 집시 전체를 놓고 볼 때, 드로멩게는 현재 유럽의 집시 중에서 극히 일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