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평민은 하루에 몇 번 식사했을까?
세끼 식사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를 보면 중세 유럽 사람들이 하루에 몇 번 먹었고, 어떻게 식사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음(心)에 점(點)을 찍는 것처럼 간단하게 먹는 점심을 의미하는 ‘런치(Lunch)’의 어원은 힘들게 일하다 곁두리로 먹는 빵 한 조각인 ‘럼프(Lump)’에서 생겼다는 설이 있다.
또 옛날 농사일을 하다 끼니 대신에 막걸리로 새참을 먹듯 ‘낮(Noon)’이라는 단어와 맥주 한 잔이라는 뜻의 중세 영어 ‘스켄치(Schench)’의 합성어인 ‘눈 스켄치’를 줄여 ‘눈치(Noonch)’로 변했다가 ‘런치(Lunch)’가 됐다는 설도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설이 있지만 핵심은 한 가지... 빵 한 조각 또는 맥주 한 잔으로 빈속을 채우듯 런치 역시 간단한 요깃거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침 식사 브렉퍼스트(Breakfast)와 저녁 식사 디너(Dinner) 또는 서퍼(Supper)의 어원을 보아도 중세 유럽에서는 하루에 두 끼가 일반적이었다.
‘브렉퍼스트’는 원래 허기나 배고픔을 의미하는 ‘패스트(Fast)’를 음식을 먹음으로써‘깨트린다(Break)’는 말에서 유래가 되었다.
지금은 밤새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고프니 그 허기를 없앴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풀이하지만, 정확하게는 굳이 아침 식사라는 의미가 아니라 하루의 배고픔을 없앤다는 의미...
즉 제대로 챙겨 먹어서 뱃속을 든든하게 한다는 뜻이었고 그래서 하루에 제대로 먹는 식사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대체로 중세 유럽의 농부들은 동이 틀 무렵 일어나서 노동을 시작했는데, 식사는 보통 9~11시쯤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힘들게 일한 후 대여섯 시간 후에 먹는, 허기를 없애는 첫 식사가 바로 브렉퍼스트로 고대 게르만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또 우리가 흔히 저녁이라고 번역하는 ‘디너(dinner)’ 역시 원뜻은 브렉퍼스트와 똑같이 배고픔을 없앤다 혹은 허기를 깨트린다는 뜻으로 고대 프랑스어(Disner)에서 온 단어다.
옛날 프랑스에서 디너는 원래 아침 9~10시, 또는 10~11시 사이에 먹었는데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전 앙시앵레짐 시대에는 오후 2~3시 정도로 옮겨졌고 혁명 이후에는 오후 4~5시로 늦춰지면서 저녁 또는 만찬의 의미가 되었다.
그래서 게르만어에 뿌리를 둔 브렉퍼스트와 마찬가지로 고대 프랑스어가 어원인 디너 역시 특정 시간대의 식사보다는 하루의 주요 식사라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저녁을 뜻하는 ‘서퍼(Supper)’는 어원은 디너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어(Souper)에서 온 단어지만, 하루의 마지막 식사라는 뜻이다.
하루의 메인 식사인 디너를 오전 또는 낮 3~4시에 먹고 허기가 져서 도저히 그냥은 잠들 수 없으니 수프라도 한 그릇 먹고 잔 것에서 생겨난 단어다.
이렇듯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의 식사를 뜻하는 단어에서도 귀족이 아닌 중세 유럽의 평민들은 하루 두 끼 아니면 하루 한 끼의 식사를 하면서 배고픈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훨씬 앞선 시대인 로마에서는 귀족이 아닌 평민 심지어 도시 빈민과 노예까지도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은 것을 보면 로마인의 하루 세 번 식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리고 로마 시대가 얼마나 풍요로운 사회였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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