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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거리 음식. 왜 패스트푸드의 원조라고 할까?

화별마 2024. 1. 10. 07:46

폼페이 테르모폴리아 사진

로마의 거리 음식. 왜 패스트푸드의 원조라고 할까?

 

로마의 정치를 비판할 때 쓰는 말 중에 빵과 서커스가 있는데, 이 말은 시민을 배불리 먹이고 오락거리를 제공, 백성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우민화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로마인들의 정치의식을 마비시키려는 위정자의 음모일 수도 있지만, 로마가 그만큼 활기가 찼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남아 있는 대표적 증거가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으로 서기 80년에 준공된 이 원형 경기장에서 로마 시민들은 검투사 경기를 비롯해 실제 전투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해전에 이르기까지 각종 공연을 즐겼다.

 

또 로마 시대에는 갖가지 축제가 끊이지 않았는데, 일 년 열두 달, 다양한 신들을 섬기는 페스티벌이 열리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먹고 마시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가 하면 공화정 시대의 집정관이나 제정 시대의 황제를 비롯, 상류 귀족들이 제공하는 대중 연회이자 공공 파티인 ‘에풀룸(Epulum)’도 심심치 않게 열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개선 잔치를 물론, 기원전 12년 로마 시내의 미혼 남녀 전체를 초대했다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생일잔치, 23대 엘라가발루스 황제의 결혼 잔치 등은 대표적인 에풀룸...

 

이렇게 대부분 로마인은 평소에 외식을 많이 했는데, 점심 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먹었다고...

 

따라서 이들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로마에는 거리 음식이 넘쳐났고 외식 산업이 성행했으며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간편 음식인 패스트푸드도 발달해서 음식 사학자들은 패스트푸드의 기원을 로마에서 찾는다.

 

로마에 거리 음식이 넘쳐나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100년 전부터... 로마 제국이 절정기에 올라서기 시작한 서기 2세기에 로마 인구가 100만 명을 기록할 때다.

 

서기 79년 화산재에 파묻혀 옛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나폴리 인근의 고대 도시 폼페이 유적 중에 테르모폴리아(Thermoplia)’라는 음식점이 있다.

 

현재 공개되고 있는 곳에 7개의 화덕이 있는데 각종 음식을 즉석에서 만들어 팔았던 장소로 지금의 포장마차처럼 서서 간단하게 음식을 먹는 간이음식점 비슷했는데, 테르모폴리아라는 라틴어로 뜨거운 것(Thermo)’을 파는 장소(Polia)’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테르모폴리아 유적은 약 80곳으로 폼페이에는 약 300곳의 테르모폴리아가 있었을 것으로 역사학자는 추정한다.

 

사실 로마 거리의 음식점 종류도 다양했는데, 사람들이 간단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 내지 카페 형식의 카우포나(Caupona)’도 있었다카우포나는 일종의 여관을 겸한 식당으로 음식만 먹을 수도 있고 숙박을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타베르나(Taberna)’라는 곳도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술도 마실 수 있고 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 영어로 주막 또는 여관을 뜻하는 태번(Tavern)’의 어원...

 

포피나(Popina)’ 역시 간단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지붕을 얹은 장소 안에서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는 곳으로 주로 서민들과 노예들이 이용했다.

 

그 외에도 음식과 술 시중을 드는 여성 작부가 있는 집까지 있었다는 기록을 보면 로마 거리에 얼마나 다양한 길거리 음식점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