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호구(戶口) 제도, 중국 경제의 발목 잡는 규정.

중국의 호구(戶口) 제도, 중국 경제의 발목 잡는 규정.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부진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3%를 기록하고 있다.

 

한 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장기간에 걸쳐 제로(0) 혹은 마이너스 레벨에 머무는 디플레이션의 위험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

 

디플레이션이 도래하면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 능력이 약화되어 미국이나 일본 같이 양적 완화 통화정책 이외에 추가적인 정책 대안이 없고 부채를 보유한 가계나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실질적인 부채 부담이 크게 높아진다.

 

또 정부 재정이 망가져서 예금을 맡기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숨은 돈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현금거래가 활성화된다. 지난 30년간 일본 경제를 힘들게 한 것이 바로 디플레이션이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간단하다. 디플레이션이 자리 잡기 전에 무지막지하게 돈을 풀면 된다.

 

하지만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초기에 퇴치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중국 경제에 가장 큰 제약 조건은 대규모 재정적자다.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고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 19 사태 이후 지속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하면서 2023년 현재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가 82.4%까지 치솟았다.

 

또 중국은 고정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중국에서 외화가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커 금리 인하도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규제 완화... 중국의 대표적인 규제로 ‘호구제도(戶口制度)’가 있는데, 도시나 농촌에 호구를 가진 사람은 해당 지역에서만 교육·의료·주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규정한 제도다.

 

예를 들어 농촌 호구를 가진 사람은 도시에서 돈을 벌고 생활하더라도 필수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집도 살 수 없는 반면 도시 호구를 가진 사람은 1990년대 초반 국유주택 개혁 과정에서 저렴한 값에 주택을 불하받아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시세차익을 올렸다.

 

결국, 최근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시장까지 불황을 겪으면서 벌어진 일이므로 호구제도 및 부동산담보대출 등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급한 위험은 해소될 것이다.

 

특히 중국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만큼 농촌 호구를 소지하고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의 처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서 국내에 쌓인 재고가 순식간에 팔리면 디플레이션 위험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두 차례나 마이너스 레벨이었던 점은 외부 여건 이외에 내부 문제도 점점 커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오랜 기간 유지돼온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 디플레이션 위험을 막고 지방정부의 토지 매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