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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을 가로막으려고 했던 이들은 누구일까?

화별마 2023. 10. 7. 10:58

산업혁명 이미지

산업혁명을 가로막으려고 했던 이들은 누구일까?

 

인류 역사상 혁신적인 기술은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농업혁명과 바퀴의 발명에서부터 항해술, 나침반, 인쇄술, 방적기, 증기기관에 이어 오늘날의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문명의 진화는 인류의 삶의 질을 높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탈락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생겨났다.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마부가 사라지고 스마트폰이 출연하자 기존 휴대폰 제조업자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방적기를 여러 차례 개량한 끝에 1800년대에 기계 한 대가 노동자 수백 명의 몫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값싼 고품질 면직물이 생산되면서 가내 수공업 직공들에게는 직격탄이었다.


왜냐하면, 무더기로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깎이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 거기에 1800년대 초 대륙 봉쇄령으로 물가가 폭등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실직한 노동자들은 비밀 결사 조직을 만들어 단체 행동에 나섰는데, 이들은 밤마다 복면하고 직물공장을 찾아가 기계를 부수고 공장주의 집에 불을 질렀다.

이것은 자신들의 실업과 생활고를 기계 탓으로 돌린 것으로 이를 러다이트 운동 또는 러디즘으로 불리는 기계 파괴 운동... 방적기 2대를 부순 것으로 알려진 전설적인 지도자 네드 러드의 이름을 따왔다.


영국 중부 노팅엄 직물공장에서 시작된 러다이트 운동은 랭커셔와 요크셔 등 북부 공업지대로 확산된다.

그래서 러다이트 운동이 극에 달했던 1812년에는 나폴레옹과의 전투에서보다 러다이트 노동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군대를 더 많이 배치했을 정도다.


결국, 노동자 폭동에 놀란 영국 정부는 강력한 진압에 나서서 1813년 지도자급 17명을 처형하고 동조하는 세력을 지구 반대편 호주로 추방한 후에야 폭동이 잠잠해진다.

 

그리고 1816년 다시 불황이 닥쳐 러다이트 운동이 재발했지만, 강경 진압과 경제 상황 호전으로 오래가지는 못한다. 이를 계기로 러다이트는 반 기술 문명 운동 또는 과학기술 발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일반 명사가 된다.


새로운 기계에 대한 거부 반응은 그 이후에도 자주 되풀이되었는데, 1826년 영국에서 증기기관을 응용한 28인승 증기자동차가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시속 30km까지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속도의 혁명을 가져왔지만, 마차를 끄는 마부들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급기야 영국 의회는 자동차 사고를 빌미로 안전을 명분 삼아 1865년에 적기 조례를 제정해서 증기자동차가 도심에서 시속 3.2km, 교회에서 6.4km 이상 달릴 수 없게 속도를 규제한다.


또 운행할 때는 55m 앞에서 조수가 붉은 깃발(밤에는 등불)을 들고 마부들에게 자동차가 온다고 알리도록 조치한다. 이렇게 자동차 속도를 사람이 걷는 속도로 규제했으니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리가 없었다.

 

적기 조례1896년에 폐지되었지만, 영국의 자동차 기술자들은 미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 등으로 빠져나간 뒤였다.


영국은 증기자동차를 처음 상용화했으면서도 적기 조례로 30여 년을 허송한 결과, 20세기 최대 산업인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과 독일 등에 뒤처졌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 사회에서조차 자동차가 마부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으로만 보았을 뿐, 자동차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