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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쇠락과 노예무역, 그 배경에는 어떤 식물이 있었을까?

화별마 2023. 11. 29. 10:20

양귀비와 사탕수수 이미지

중국의 쇠락과 노예무역, 그 배경에는 어떤 식물이 있었을까?

 

18세기까지만 해도 세계의 중심을 자처하며 동아시아의 절대 패권국 지위를 누리던 중국은 왜 19세기 중반 이후 쇠락했을까또 민주주의 이념의 발상지라는 서양에서는 왜 300년간 비인간적인 노예무역이 성행했을까?

 

두 사건 모두 여러 가지 키워드로 읽어낼 수 있지만,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원예 저술가 빌 로스의 책 식물, 역사를 뒤집다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키워드 하나가 나타난다.

 

그것은 4억7,000만 년 전부터 지상에 존재하고 있는 식물 때문이었는데, 붉은색과 하얀색, 분홍색, 자주색 꽃을 피우는 양귀비다.

 

수 세기 동안 서양의 정원을 장식했던 양귀비의 열매에는 아편과 모르핀, 헤로인의 원료가 되는 우윳빛 유액이 들어있다그리고 양귀비 열매 표면에 칼로 흠집을 낸 후 그 상처에서 스며 나온 즙을 하룻밤 동안 모은 것이 바로 생아편...

 

20세기 초 중국에서는 전체 성인의 4분의 1 이상이 양귀비에서 추출한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서구 열강은 중국과의 통상을 통해 이윤을 남기길 원했지만, 중국은 서구 국가들을 변방의 오랑캐쯤으로 취급했다.

 

그러자 서구 국가들은 영국이 소유한 인도 벵골 지방의 아편을 중국으로 밀수출했고 미국은 터키에서 생산한 아편을 중국에 비싼 값에 팔았다.

 

아편 교역권을 빌미로 영국과 두 차례 아편전쟁을 치른 중국은 국력이 약화되어 쇠락을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한편 사탕수수를 생으로 먹는 대신 정제해서 설탕을 만든 것은 2500년 전 인도 사람들... 이 설탕이 유럽에 전해진 것은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대가 끝난 직후다.

 

1490년대 이슬람이 지배하던 스페인 지역을 유럽인들이 되찾으면서 문제가 발생한다이 무렵 유럽에 불어닥친 신대륙 개척의 광풍을 타고 서인도 제도에서 사탕수수를 경작하기 위해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흑인 노동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

 

유럽인들은 경작기술의 발전으로 대규모 노예 노동력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노예무역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얻기 위해 노예노동을 존속시켰다.

 

1800년대 중반 이후 사탕수수 농장에 동원되는 노예무역이 사라진 것도 경제 논리 때문이었다사료용 작물로 사용되던 비트에서 설탕을 추출하는 기술이 개발되자 사탕수수의 상업적 가치가 폭락해 버린 것...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명목으로 사탕수수를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면서 아마존의 밀림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