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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 편찬된 법의학 전문서적은?

화별마 2023. 11. 22. 16:42

조선 시대 무원록 이미지

조선 시대에 편찬된 법의학 전문서적은?

 

조선 시대에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지방 수령이 직접 나서서 총괄적인 조사를 지휘했다.

 

즉 현감은 청에 있는 여러 관리와 포졸을 불러 모았고,, 형방과 직접 시신을 다루면서 검시를 담당할 오작인(仵作人)과 의학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의생, 법률문제를 맡는 율관을 모두 대동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오작인은 시신을 직접 다루었는데, 이들은 적당한 대우보다는 서양의 이발 수술장이처럼 천시를 받았다그리고 사건 수사 과정에도 지금처럼 피살자의 가족이나 친지도 참여시켰다고...

 

1308년 원나라 때 발간된 책 무원록(無寃錄)’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었고 영조 24(1748)에는 우리 실정에 맞게 개정되어 제대로 체계를 갖춘 법의학 전문서 증수무원록(增修無寃錄)’이 편찬되기도 한다.

 

정조 때는 이 책을 한글로도 번역해서 옮겼는데, ‘무원이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죽은 자의 원을 없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고 주로 검시 책임자인 관리들이 자주 읽는 서적이었다고...

 

이렇게 단순히 해부하고 눈으로만 장기를 관찰했던 부검에서 발전해서 병들거나 손상된 장기의 원인과 결과를 자세히 다루면서 병리학적 관찰까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지금도 법의학적 판단을 내리려면 현장 감식부터 부검에 이르기까지 남아있는 흔적을 살펴야 한다.

 

우선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부를 판단한 후 타살이라면 사인과 흉기를 찾아내며 외력에 의해 다쳤다면 현장 주변에 다량의 출혈 흔적과 손상 부위에 멍이 들거나 혈소판, 백혈구와 같은 염증 세포가 모여 있는 곳의 염증 반응을 살핀다.

 

염증은 붓고 아프고 열감을 지니는 증상으로 생체 조직에 병원균이나 유해 물질 같은 자극으로 일어나는 생체 반응이다.

 

또 혈관, 면역세포, 분자생물학 단계의 중간물질이 관여하는 보호 작용이며, 괴사된 세포나 손상을 입은 조직을 제거하고 재생하는 과정이다.

 

이는 자동차나 기차에 치인 사체의 경우에 현장에서 죽은 것인지, 다른 곳에서 죽임을 당하고 유기된 것인지 구별하는 데 유용한 병리 소견...

 

그런데 이미 조선 시대에도 이런 법의학적 판단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법의학 전문서적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