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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제학, 왜 역술인이 인재를 선발할까?

화별마 2023. 10. 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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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제학, 왜 역술인이 인재를 선발할까?

 

1960~1970년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인재를 채용할 때 관상가이자 역술인으로 이름을 떨친 함양 출신의 박재현 씨를 대동했다.

 

역술가이자 관상가에게 입사 지원자의 관상을 보게 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을 뽑았다는 것이다.

 

이병철 회장은 박재현 씨의 재주를 아꼈는데, 1970년대 초 이 회장은 박 씨와의 첫 만남에서 복채로 부산 국제시장에 점포 한 채를 내줄 정도로 신뢰했다고... 실제로 박 씨는 1970년대에 삼성그룹의 고문을 지냈고 당시 연봉이 무려 6,000만 원이었다.

 

당시 500만 원이면 중소 도시의 집 한 채를 살 수 있던 시절이니, 역술인 박 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박 씨가 관상을 본 후 삼성에 추천한 인재가 1,700여 명이 되었으니 그의 영향력이 실로 막강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2013년 회삿돈 수백억 원을 빼돌려 구속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그 돈을 황당하게도 여의도에서 역술인으로 이름을 떨친 김원홍이라는 사람에게 맡겼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에서 김 씨가 신통력을 발휘해서 미래의 주가를 알아맞힌다고 해서 유명했는데, 최 회장은 빼돌린 회삿돈을 그에게 맡겨 큰돈을 벌려고 했던 것...

 

그래서 최 회장은 김 씨를 SK해운의 고문으로 임명할 정도로 그를 믿었지만, 미래의 주가를 맞히는 신통력은 존재할 수 없다김 씨의 거짓 신통력은 바로 들통이 났고 최 회장은 횡령 액수를 점차 늘리다가 결국 검찰에 덜미를 잡히고 만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을 거느린 재벌 총수가 황당하고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역술인이 관상을 보고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그런데 왜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경영자는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이는 것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구하는 경제학 분야가 바로 정보경제학이다.

 

정보경제학의 전제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문제는 이 사람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충분한 정보를 알지 못했을 때 생긴다는 것...

 

이병철 회장이 직면한 인재를 뽑는 선택이 비슷한 경우로,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정말 충분한 능력이 있는지, 혹은 뽑아만 주면 회사를 위해 목숨 바칠 정도로 충성심이 있는지에 대해 회장님은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입사 지원서를 낸 지원자는 자신이 유능한 사람인지 무능한 사람인지, 혹은 뽑아만 주면 목숨 바쳐 일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정보경제학에서는 정보 불균형 상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정보 불균형 상태는 신입 사원을 뽑아야 하는 회장님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문제다.

 

따라서 정보경제학에서는 역술인이나 관상가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것은 이런 정보 불균형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