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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왜 돈 생선이라고 불렀을까?

화별마 2023. 12. 2. 16:42

전어구이 사진

전어, 왜 돈 생선이라고 불렀을까?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 중 하나가 전어인데, 살이 통통 오른 전어에 소금을 뿌려 구우면 기름이 자르르 흐르며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리고 전어 굽는 냄새가 너무 좋아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까지 돌아온다는 속담이 생겼다또 이때 먹는 전어 맛이 기가 막혀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어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데, 전어는 한자로 돈 전(錢)자를 써서 전어(錢魚)... 비싼 값을 주고라도 사 먹는 생선이라는 의미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서유구는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생선의 종류와 특징을 기록한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 전어 이름의 유래를 밝혔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가을 전어는 인기가 워낙 높아 사 먹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미처 따라가지 못했으니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전어가 얼마나 맛이 있어 값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었던 것일까? 옛날에 전어값이 비싸기는 비싸서 귀한 옷감이었던 비단 값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선조 때 의병장으로 활동한 학자 조헌의 ’동환봉사(東還封事)라는 문집을 보면 경주에서는 가을 전어를 명주 한 필을 주고 바꾸고 평양에서는 겨울 숭어를 정포 한 필과 바꾼다고 기록했다.

 

옛날 경상도에서는 전어가 많이 잡혔던 모양으로 경주에서 전어를 진상했는데, 선조 무렵 전어가 거의 잡히지 않았음에도 진상 품목에 들어 있어 비단 한 필 가격을 주고시장에서 전어를 사서 진상하는 터무니없는 현실을 비판한 것...

 

주로 전어가 잡히는 곳은 서해안... 지금도 가을철이면 전어 축제가 열리는데, 조선왕조실록 지리지등에서 특산물로 전어를 꼽았다.

 

그런데 공물로 전어를 바쳤던 곳은 엉뚱하게 경남 경주로 현지의 전어값이 비단 한 필 값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또 임진왜란 때 오희문이 쓴 일기 쇄미록(瑣尾錄)에도 ’시장에서 큰 전어 한 마리의 값이 쌀 석 되 값에 이른다고 적었다.

 

가을 전어의 값이 비싸다고 각종 기록과 일기에 수록될 정도였으니 돈() 생선()이라고 부를 만했다.

 

보통 전어는 다른 어종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아 22.4%나 되고, 지방의 함량은 2% 내외... 한여름인 7~8월에는 기름기가 적고, 겨울이 들어서는 11월이 되면 잔가시가 억세져 먹기가 힘들어서 9~10월의 전어를 최고로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