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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존의 3단계, 정지와 도망 그리고 투쟁.

화별마 2023. 7. 13. 16:04

생존 전략 이미지

인간 생존의 3단계, 정지와 도망 그리고 투쟁.

 

흔히 우리는 뇌가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두개골 안의 뇌는 크게 셋으로 나뉘어 있다. 1952년 미국의 뇌 과학자 폴 매클리는 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뇌(뇌간), 포유류의 뇌(번연계), 그리고 인간의 뇌(신피질)로 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중에서 우리는 포유류의 뇌라고 부르는 번연계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생각하고 느끼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든 몸의 언어는 번연계의 반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뇌 안쪽에 있는 번연계는 우리의 직접적인 생존을 책임지고 있어 한순간도 쉬지 않고 늘 작동하고 있다. 또 번연계는 신경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반응을 숨기거나 참기 어렵다. 큰소리가 났을 때 깜짝 놀라는 반응을 감추려고 해도 안되는 것처럼...

 

선사시대 사내가 무서운 짐승과 맞닥뜨렸을 때, 또는 현대인이 화가 난 상사와 대면했을 때, 또는 위험에 처했을 때 번연계가 즉각 반응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우리의 사고와 감정의 원초적인 표현이고 오래전부터 축적된 전략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존 확보 또는 고통이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번연계가 즉각 취하는 반응 순서는 3F... 정지(Freeze), 도망(Flight), 그리고 투쟁(Fight)이라고 한다. 만약 반응이 투쟁밖에 없었다면 많이 다치고 폭행을 당해 생존이 어려웠을 것이다.

 

100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를 지나던 우리 조상은 자신보다 더 잘 달리고 강한 포식자와 맞닥뜨리곤 했을 것이다. 이때부터 번연계는 포식자의 힘에 대응하는 전략을 개발했는데, 1단계 전략은 포식자나 다른 위험 앞에서 정지하는 것...

 

번연계는 위험을 감지하자마자 생존을 위해 즉시 행동을 멈추는 방법으로 반응하는데, 움직임은 상대방의 주위를 끌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의 포식자는 움직임에 반응해서 집중하므로 위험 앞에서 정지하는 능력은 생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대개 육식 동물들은 움직이는 표적을 따라 쫓아가 넘어뜨리거나 순식간에 목숨을 끊어버리기에 많은 동물이 포식자와 맞닥뜨리면 정지 반응이나 심지어는 죽은 연기까지 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의 정지 반응은 누굴 속이거나 몰래 훔치다 발각되는 경우에 흔히 관찰되는데, 위험이 감지되거나 자신이 노출된 것을 느끼면 정지하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을 보지 않고 그 행동을 따라 한다.

 

그러나 위협이 너무 가까이 있어 위험을 극복할 수 없으면 번연계는 정지보다 두 번째 전략인 도망 반응을 내보낸다. 도망 반응은 위협에서 벗어나거나 최소한 위험과 거리를 두는 것...

 

도망은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1천 년 동안 인체에 명령해온 효과적인 생존 메커니즘이지만 야생이 아닌 도시에 사는 현대인은 세상의 위험에서 도망치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도망 반응은 현대적인 상황에 맞게 나타나는데, 달갑지 않은 사람이나 사건이 있을 때면 아예 피하거나 거리를 두는 것이 그것이다.

 

또 눈을 가리거나 비비는 형태, 아니면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 몸을 기울여 약간 거리를 두는 것, 무릎에 지갑 같은 물건을 올려놓는 것, 출입구가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도 도망 반응의 하나...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수백 년간 자신이 좋아하지 않거나 해를 입힐 수 있는 것으로부터 도망쳐 왔기 때문이다.

 

번연계가 생존을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전략은 공격적인 투쟁 반응... 위험에서 정지 반응으로 노출을 피할 수 없고 도망침으로써 위험을 제거할 수 없으면 유일하게 남은 전략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진화하는 과정에서 공격자를 물리치기 위해 두려움을 분노로 바꾸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전략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법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사실상 불가능한 전략... 그래서 번연계는 원시 형태의 물리적인 싸움이 아닌 토론과 논쟁 전략을 개발했다. 과열된 논쟁은 비물리적인 싸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모욕, 인신공격성 발언, 반증, 직업적인 명예훼손, 몰아세우기, 빈정거림은 모두 투쟁 반응이 현대에 맞게 변화된 것이다또 눈을 부라리거나 인상을 찌푸려서 위협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함으로써 신체적인 접촉 없이 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급적 투쟁 반응은 자제하고 피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피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공격전략을 쓸 경우, 감정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위협적인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리고 감정이 폭발하면 인지 능력이 제 기능을 못하며, 이때 대뇌의 모든 이성적 판단을 장악한 변연계는 투쟁 반응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신이 위협이나 위험에 처했을 때 번연계가 내보내는 3단계 생존 전략을 잘 활용, 지혜롭게 해결을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