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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머무를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는 삶의 양면성...

화별마 2023. 7. 11. 14:58

길

, 머무를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는 삶의 양면성...

 

오래전, 어느 카페에서 자신을 떠나는 허무한 사이버 인연에 매달려 바보같이 웃고 울었다는 어느 님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문득 그 글이 떠오르며 인연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잠시 생각에 잠겼지요.

 

지금 나는 따스한 물 한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멀리 운무가 깔린 숲을 내다보며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저 숲이 없다면, 이 회색의 도시가 얼마나 삭막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푸른색을 띠고 있는 저 숲... 멀리서 보아서 보이지 않지만, 숲 너머에도 서너 갈래의 길이 숨어있을 겁니다.

 

늦은 시각에 길을 생각한 것은 사이버 세상도 수만 갈래의 길을 가진 공간이라 많은 인연이 생겨나고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선사는 하나의 근본으로부터 만 갈래로 나누는 것이 산이요, 만 가지 갈래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물인데 그 산과 물 사이의 공간에 만들어진 것이 길이라고 하셨지요.

 

산은 언제나 같은 곳에 머물러야 하고, 물은 늘 흘러가야 하지만, 길은 정처 없이 떠돌게도 하고, 내가 피곤하거나 힘이 들면, 머물고 쉬어갈 공간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또 길의 생명은 사통팔달, 어디로든지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이고 나와 이웃을, 마을과 마을을,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 준다는 것이지요.

 

그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일상의 길뿐만 아니라 사이버 세상에도 여러 가지 삶의 길이 존재하기에 그 길 위에서 인연을 맺기도 하고 인연을 내려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길은 머무름과 떠남의 양면적 성질을 가지고 있어, 그 길에서 맺는 인연 역시 머무름과 떠남의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따라서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회자정리의 이치 속에서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일상 혹은 사이버상에서의 떠나고 머무르는 인연에 대해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시길... 머무르는 동안 스며들고 익어버린 마음의 정을 쉽게 놓아버리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길에는 원래 주인이 없는 법이니까요.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 같은 길은 함께 걸어가기도 하지만, 갈림길에서는 그 사람과 헤어져서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할 때도 있지요. 함께 걸어갈 때는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헤어질 때는 그 사람이 편하게 새로운 길을 가도록 배웅해 주어야 하겠지요.

 

헤어짐처럼 따스했던 물 잔이 식었습니다. 머지않아 여름내 푸르러 있던 저 울창한 숲도 겨울의 황갈색으로 변신해서 새 길을 가겠지요.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