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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코, 역사 속 우연과 아무 연관이 없다.

화별마 2023. 6. 30. 08:59

클레오파트라 이미지

 

클레오파트라의 코, 역사 속 우연과 아무 연관이 없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다면, 세계의 역사가 달라졌을 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파스칼이,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넋을 뺏겨 로마에서 신망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악티움 해전에서도 대패하는 바람에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함께 자살한 사건을 가리켜서 한 말...

 

그가 말한 세계의 역사는 바로 지중해의 역사이므로 파스칼이 생각하는 세계는 매우 협의의 의미였거나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무지했음을 알 수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높았다는 우연한 사실이 세계사를 바꿨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역사의 우연을 중시하는 사람들에 의해 널리 인용되는 말...

 

하지만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를 언급하기 전에 클레오파트라가 여자였다는 우연을 먼저 말해야 하고 또 이집트 여왕이었다는 사실이 상황을 어떻게 만들어갔는지도 충분히 이해했어야만 한다.

 

우연은 중요할 수 있고, 때로는 가슴을 뛰게 하지만 객관적 조건, 자유의지와 함께 생각하며 그 우연의 맥락을 검토하지 않으면 한낱 가십에 불과하다. 그 결과, 파스칼의 이 말은 숱한 사람이 인용을 해왔지만 정작 악티움 해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기원전(BC) 3192, 그리스 서북부 프레베자 앞바다 악티움.,, 육지와 바다에서 8개월 넘게 대치하던 옥타비아누스 군대와 안토니우스·클레오파트라 연합 함대가 전쟁에 돌입했다. 탑승 보병이 2만여 명이었던 옥타비아누스 군대는 안토니우스 연합군의 16,000여 명보다 많았기에 당연히 우세 국면이었고 거기에 더해서 병사들의 숙련도 역시 높았다.

 

이른 아침부터 높은 파도 속에서 벌어진 해전은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는데, 오후 들어 연합군 측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후위를 담당하던 클레오파트라의 전함 60척이 갑작스레 전선을 이탈한 것...

 

옥타비아누스 함대의 봉쇄를 정면으로 돌파는 했지만, 포위하지 않고 전선을 그대로 빠져나간 것... 안토니우스도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의 조언대로 알렉산드리아에서 병력을 재정비해서 훗날을 도모하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

 

지휘관이 도망쳤다고 생각한 안토니우스의 병사들은 무기를 내려놓았고, 어두워질 무렵, 전투는 옥타비아누스 군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일부 역사가들의 주장대로 악티움 해전의 승리가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과장되었는지 모르지만, 지휘관이 보여준 상반된 행동은 권력 투쟁은 물론 로마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결국, 알렉산드리아로 후퇴해서 최후의 일전을 벼르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이듬해 동반 자살한다.

 

이렇게 클레오파트라의 전함이 전선을 이탈한 우연처럼, 역사 속에서 우연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