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의 파업,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 현장이었다.

 

역사상 최초의 파업,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 현장이었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남서 쪽에 있는 기자 지역 사막에는 피라미드가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 이집트 제4왕조 파라오 쿠푸의 피라미드가 가장 크다. 이 피라미드는 2.5~10톤짜리 화강암 235만여 개로 만들어졌는데, 밑변 네 면이 230m, 높이가 147m...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유일하게 현존하는 건축물이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그의 저서 ‘역사’에서 파라오 쿠푸가 노동자 10만 명을 동원해 20년에 걸쳐 피라미드를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헤로도토스는 노동자들을 왕의 노예로 가혹하게 혹사했다고 기록했는데, 최근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노예가 아니었다는 사실들이 밝혀졌다. 게다가 이들이 파업까지 단행한 사실도 기록되어 있다. 역사 기록으로 남겨진 최초의 파업은 피라미드 건설 현장에서 일어났던 것...

 

이러한 기록은 어떻게 발견했을까? 쿠푸 피라미드 주변에는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사람들의 무덤이 많았는데, 성인 남자 유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숫자로 여자 유골도 함께 있었다. 게다가 유골 중에는 부러졌다가 치료된 뼈와 절단된 뼈도 있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가정을 이루고 살았던 것으로 보이며 일하다가 뼈가 부러지면 치료를 받아가며 일을 했을 것이다. 만약 노예라면 가정을 이루기는커녕 다쳐도 치료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 확실히 알려주는 기록은 피라미드 주변에서 발견된 석판... 이 석판에는 작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출퇴근 시간과 직군별, 숙련도별, 노동시간별로 임금을 지급한 기록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즉, 노동자들의 출결 현황과 결근 사유가 적혀 있는데, 그중에는 과음으로 인해 숙취가 심해서 출근하지 못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들은 하루 8시간씩 8일 일하고 2일 쉬었고, 쉬는 날도 임금을 받았다. 이들의 임금 수준은 당시 물가를 고려해 보면 산업 혁명기 영국 노동자보다 많은 급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몸이 아프거나 잔치가 있으면 쉴 수 있었다.

 

노동자들이 피라미드에 해놓은 낙서에는 오늘은 돈을 얼마 받았고, 생필품으로 무엇이 제공되었는지, 감독관과 싸워서 며칠 동안 안 나갔다가 마누라에게 바가지 긁혀서 결국 나갔다고 투덜거리는 내용도 있다고... 이러한 내용을 미루어 보아 당시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은 노예가 아닌 자유민이었다.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이 자유민임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기록은 파업에 관한 내용인데, 약 3,000년 전, 파라오 람세스 3세 시기에 쓰여진 파피루스에 남아 있다. 파라오 신전 건설 현장에서 임금이 체불되자 노동자들이 3일 동안 파업해 주장을 관철했다는 내용... 당시 노동자들의 주장은 ‘체불임금 지급, 노동시간 단축, 간식으로 무를 제공할 것’ 등이었다고...

 

파업 방법은, 출근은 하되 시원한 그늘에 누워서 급료를 받기 전까지 일하지 말고 버티자는 것이었고 노동자들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노동력을 재충전하기 위해 음식과 휴식을 요구하며 투쟁했으며 결국 체불임금을 받아냈다. 파업 노동자들은 대개 피라미드 건설과 단장을 담당하는 건축가, 석공, 목수, 금속 세공사 등 전문적 기능사들이었다.

 

그렇다면 이집트에서는 왜 파라오의 무덤과 신전 등을 많은 시간을 투자해 가며 만들어야 했을까? 폭군 파라오가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어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노예도 아니고 자유민, 즉 백성들에게 임금을 주느라 세금을 축내면서까지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어야 했을까?

 

그 이유는 나일강의 범람과 관련이 있는데, 나일강은 1년에 3~4개월 정도 범람해서 이 기간에는 농부들이 농사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집트 지배층은 생계가 막막해진 농부들을 구제하기 위해 방책을 마련한 것이 바로 평소 거둬들인 세금을 이용해서 피라미드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을 벌인 것...

 

산업혁명과 그 이후 벌어진 노동 현실과 비교해보면 당시 이집트 노동자들은 정당한 노동의 권리를 인정받았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고대 이집트가 오늘날 못지않은 복지 정책을 실시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