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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르티아와 휘브리스,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의 몰락.

화별마 2023. 6. 30. 06:26

그리스 신화 이미지

 

하마르티아와 휘브리스,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의 몰락.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의 몰락은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언급한 하마르티아(hamartia)’, 다른 하나는 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말한 휘브리스(hubris)’...

 

하마르티아는 오판, 실수, 패착, 목표가 빗나감, 성격적 결함등 복합적 의미를 말하는데 비범한 재능과 품격을 지닌 영웅이 어떤 사악함이나 나쁜 의도가 아니라, 자신도 제어하기 힘든 성격적 약점 또는 타고난 결함, 잠깐의 착오로 비극의 현장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영웅이 겪는 고통과 불행이 너무 커서 그 불행이 부당하게 느껴진다.

 

부당한 폭력에 맞서다가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른 오이디푸스, 승리감에 취해서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망각한 아가멤논, 장차 며느리가 될 여자와 말싸움하다 지기 싫어 오기를 부린 크레온의 행동이 바로 하마르티아’...

 

그러나 휘브리스는 조금 보편적인 개념으로 하마르티아의 성격적 결함 중에서도 딱 오만을 의미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성공에 취해서 스스로 신격화를 하다가 신의 분노로 몰락과 파멸에 이르게 되는 자만심이 그것이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서 테베 왕좌에 앉은 후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자라고 자부하던 오이디푸스... 그는 자신에게 패배한 줄 알았던 스핑크스가 사실은 자신에게 영원한 패배를 안겨주고자 신이 설치해 놓은 덫이었음을 늦게 깨닫는다. 신의 저주를 피해 보란 듯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커다란 화를 자초한 셈이다.

 

또 아가멤논의 휘브리스10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정복자의 오만이었고, 크레온의 휘브리스는 저주받은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정통성 있는 왕인 자신에게 감히 도전했다는 자만심이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문명의 창조에 성공했던 창조적 소수가 함정에 빠지는 휘브리스에 대해 자신들의 성공으로 교만해지고, 추종자들에게 복종만을 요구하며, 사람의 장막에 둘러싸여 지적, 도덕적 균형을 상실하고, 가능과 불가능에 대한 판단력을 잃어버리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위정자들이 ’하마르티아‘와 ’휘브리스‘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