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역사 잡학

역사 속에 ‘만약’이라는 말은 없다.

화별마 2023. 7. 1. 09:03

역사 이미지

 

역사 속에 ‘만약’이라는 말은 없다.

 

역사는 크게 3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 사고, 그 자체로의 역사, 둘째는 기록이나 흔적으로 남아 있는 역사, 셋째는 기록을 통해 역사학자가 재구성한 연구의 결과물...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역사라는 단어는, 일본의 메이지 유신 시절, 'History'라는 영어를 한자화한 것... 우리나라에서는 연산군이 임금이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라고 말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지만, 그전에도 한자 문화권에서는 ''가 역사 또는 역사를 기록한 편찬물의 의미로 두루 쓰였다.

 

반면, 서양에서는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사가 헤로도토스가 역사서 'ἱστορίαι'(이스토리아이, ‘탐구들또는 정보들이란 의미)를 썼는데, 9권으로 되어 있는 인류 최초의 이 역사책에는, 당시 아시아와 유럽 간에 발생한 분쟁의 유래부터 페르시아 전쟁까지를 서술하고 있다. 물론 마지막 권은 미완성으로, 이 책 이름이 ‘History’의 어원...

 

역사에 대한 경구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말은, 바로 역사에 만약은 없다라는 말이다. 누가 이 말을 언제, 무슨 이유로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는 오직 사실만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가정이 필요 없다는 뜻...

 

사실 지나온 인류의 역사 앞에 만약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만약이 주는 무한한 상상을 즐기곤 한다. 그러나 만약이라는 단어는 역사의 아무 장면에나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큼 극적인 순간이나 결정적인 사건이어야 한다.

 

예를 든다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영원히 역사의 뒤 안으로 보내버린 워털루 전투라든지 세계사의 지형을 바꾼 스페인 무적함대의 침몰, 철갑 기사 시대의 종말을 고한 크레시 기사 전투, 카이사르 살해, 베들레헴 유아 대학살,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의 암살, 14세기 베네치아 시민 4분의 3의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 폼페이를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만들어버린 베수비오 화산 폭발 그리고 지금까지도 온갖 억측과 공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전설 속의 아틀란티스...

 

이 정도는 되어야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