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역사 잡학

중동의 불행한 역사, 그 시작은 석유 때문이었다.

화별마 2023. 7. 1. 13:15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이미지

 

중동의 불행한 역사, 그 시작은 석유 때문이었다.

 

영화 닥터 지바고, 웅장한 스케일의 대작을 주로 만들어온 데이비드 린 감독의 대표작인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던 중동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현지 토착 부족들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려고 한다. 이 계획의 하나로 영국군 중위 로렌스를 파견하는데, 로렌스는 영국의 기대 이상으로 아랍인들을 위해 헌신, 분열된 아랍군을 통합하고 마침내 오스만 제국의 중동 거점인 다마스쿠스를 점령한다.

 

이로 인해 아랍인들에게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심신이 피폐해지고, 잠입한 도시에서 오스만 제국군에게 포로로 잡힌다. 거기에 오스만 제국의 몰락이 가시화되면서 중동의 독립을 논의할 때가 다가오자 열강들은 독립의 약속을 내버리고 분할 점령의 음모를 기도한다. 이에 로렌스는 영국 정부에 항의하며 아랍 민족들에게 단결을 호소하지만, 그들 또한 탐욕에 눈이 멀어 싸움만 할 뿐 단결하지 않는다.

 

결국, 소환 명령을 받고 영국으로 돌아간 로렌스는 계속해서 자신을 중동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하지만 중동 문제는 이미 열강들과 현지 기득권 간의 정치적 합의가 끝나 로렌스가 돌아갈 자리가 없어진다. 결국 로렌스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영국의 한 청년 장교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데, 남자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만 본다면 낭만적인 영화로 볼 수 있지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아랍계 인물들의 복잡한 부족 간 정치적 갈등을 보면 20세기 초, 아랍 역사에 대한 생생한 기록...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아랍인들이 로렌스와 힘을 합쳐 독일군 편인 터키인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을 그리는데, 이들이 터키와 싸움에 나선 것은 영국 정부로부터 받은 약속 때문이다.

 

이집트 주재 영국 외교관 맥마언이 메카의 샤리프인 후사인에게 아랍 지역이 투르크로부터 독립하는데 지지를 해준다는 약속을 해서 반란을 일으킨 것... 그러나 영국은 1년도 안 돼 이 약속을 뒤집는데, 아랍인들이 독립 국가의 꿈을 그리면서 피를 흘리던 순간, 영국은 프랑스와 이들을 배신하는 비밀협정을 맺는데, 전쟁이 끝나면 영국과 프랑스가 터키와 중동을 나눠 갖는다는 이른바 사이크스-피코 협정이 그것이다.

 

영화는 주인공 로렌스가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뒤, 유대인의 독립 국가 건설을 보장한 발포어 선언으로 상황은 더 복잡해지지만,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이 이런 배신행위를 한 것은 다름 아닌 중동의 석유에 대한 탐욕 때문... 중동의 불행한 역사는 이렇게 석유로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