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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 일대, 이곳이 명당이라고 알려진 이유는?

화별마 2023. 7. 19. 06:39

북촌 이미지

 

안국동 일대, 이곳이 명당이라고 알려진 이유는?

 

경복궁은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고 한양 천도를 단행, 조선 시대에 가장 먼저 지은 궁궐이다.

 

정도전은 시경(詩經) 주아(周雅) 편에 나오는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는 영원토록 그대의 크나큰 복(景福)을 모시리라.’라는 시를 외우고, 새로 짓는 궁궐의 이름을 경복궁(景福宮)으로 할 것을 주청 했다고...

 

그렇다면 한양 천도를 하면서 궁궐의 터를 현 위치에 자리 잡은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도읍지를 정하는 전통적인 풍수의 조건을 면밀히 검토,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전통적인 도읍지의 풍수 조건을 보면 첫째, 사방에서 산이 받쳐주어야 한다. 사방이라 하면 지관이 방위를 볼 때 사용하는 도구인 패철 상에 나타난 건(((()이나 자오묘유(子午卯酉) 또는 인신사해(寅申巳亥)의 네 방향에 산이 있어야 한다는 것...

 

사방에 산이 있다는 조건은 산 안쪽에 사는 사람들이 사방에서 나오는 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고,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산이 진지 역할을 해서 적의 침입을 방어할 수 있다.

 

둘째, 강이 흘러야 한다. 강은 물, 산은 불로 보는데 동양사상에서는 수()와 화()가 오행을 대표하는 선수로 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화만 있고 수가 없으면 건조해서 생명이 태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면 고층 아파트에 가습기가 없으면 몸이 뻣뻣하고 목도 건조해지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반드시 강이 흘러야 한다. 또 현실적인 측면은 강물은 운송수단으로 육상교통과 자동차가 발달하기 전에 강물의 존재는 고속도로와 같았다.

 

셋째, 자급자족할 수 있는 들판이 있어야 한다. 도읍지에는 인구가 밀집되기 때문에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넓은 들판이 있어야 한다.

 

이런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곳이 대부분 도읍지로 선정되었는데, 신라의 경주와 고려의 개성, 조선의 서울, 북한의 평양, 후백제 견훤의 전주가 이 조건에 부합한다.

 

이렇게 도읍지로 면모를 갖춘 서울은, 경복궁 뒤의 북악산을 주산으로 낙산을 좌청룡, 인왕산을 우백호, 남산을 안산으로 한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한 부분은 목체(木體)의 산이 없다는 점이다

 

풍수 이론에 의하면 제왕이 사는 수도에는 오덕구(五德丘)라고 해서 수, , , , 토 형의 산이 전부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경복궁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목산(木山)이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남산 이름을 목멱산(木覓山)이라고 지었다. ()찾는다, 구한다라는 뜻이므로 그 이름에 목을 찾는다는 뜻이 들어있다. 남산은 형태는 목산이 아니지만 대신 이름을 지어 보충한 셈이다.

 

조선 이 씨(李氏) 왕조에서 특히 목을 중시했던 이유는 바로 성씨 때문이다. 한문으로 이(李)자를 풀어보면 나무 목()이 들어가 있기에, 이 씨 왕조는 풍수도참의 맥락에서 목()을 자신들의 운명과 동일시했던 것...

 

그렇게 정한 경복궁을 중심으로 서울의 계동과 가회동, 화동을 포함하는 안국동 일대는 크게 보면 경복궁의 좌청룡인 낙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좌청룡의 큰 줄기는 낙산이지만, 낙산 안쪽에는 여러 갈래의 소청룡(小靑龍)과 소백호(小白虎)가 분화되면서 그 안에 살기 좋은 명당자리가 만들어졌다.

 

조선 시대 서울의 양반들이 모여 살았던 북촌(北村)이 바로 이 청룡 자락 내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진 소청룡과 소백호에 자리 잡은 동네로, 역대 서울의 명사들이 이 줄기에서 살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택을 중심으로 보면 중앙고 뒷산에서 나와 인촌 고택 그리고 현대 본사로 이어지는 라인이 내청룡(內靑龍)이고 감사원 쪽에서 나와 정독도서관과 소격동 그리고 미대사 관저 자리, 한국일보,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내백호(內白虎)다.

 

지금은 큰 도로가 생겨나면서 맥이 일부 잘려나갔지만, 북촌에는 아직도 작은 용 맥이 남아 있으므로 큰 건물의 신축을 가급적 제한, 남아 있는 용 맥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이 지역 암반을 주목해야 한다. 종로구청에서 발행한 종로구 지를 보면, 종로구 전역의 지층이 화강암 지역으로 유독 단단한 화강암이 많다. 이 지역에 풍수적 기운이 대단함을 알려주는 증거다. 이런 연유로 안국동 일대가 서울에서 가장 뛰어난 명당자리라고 소문이 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