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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 양반들이 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화별마 2023. 10. 6. 09:07

순대 이미지

순대, 양반들이 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순대는 동물의 피와 내장을 사용해서 만들어 낸 음식으로 6세기 중엽 중국 남북조 시대 북위의 고양 태수 가사협이 편찬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 기술 서적 제민요술(劑民要術)’에 처음 등장한다.

 

이렇게 유목민족들은 예로부터 동물의 내장을 조리해 먹는 법이 발달했는데, 우리나라 순대 조리법이 삶는 것인데 비해, 중국의 북방 민족들이 만든 순대는 구워서 먹었다.

 

조선 시대에 순대 만드는 방법을 처음 전하는 조리서는 음식디미방’... 그러나 돼지가 아닌 개를 이용하여 순대를 만드는 방법으로 개쟝(犬腸)’이라고 불렀다.

 

조선 시대 문헌 속에 나타난 순대의 종류는 조선 시대 중기에 3, 후기에 12종으로 총 15종이 있었고 순대를 만드는 고기의 종류는 개고기 1, 쇠고기 7, 돼지고기 2, 양고기 3, 생선 2종이었다고...

 

특히 조선 시대 문헌에 나타난 순대 만드는 방법 중 현재의 순대 만드는 방법과 아주 비슷하게 소개된 것이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와 그 내용을 보완해서 1766년에 의관 유중림이 펴낸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우장증방(牛腸蒸方)’이라는 조리법이다.

 

그렇다면 순대라는 명칭이 가장 먼저 등장한 문헌은 무엇일까? 19세기말 작자 미상의 조리서로 반가의 조리법을 상세하게 밝힌 시의전서’...

 

사실 동물의 창자를 이용해서 만드는 순대는 돼지 피를 함께 사용했기 때문에 반가에서 조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디미방을 쓴 정부인 안동 장 씨는 개의 창자를 사용해서, 시의전서는 돼지의 창자를 이용해 순대를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같은 기록을 보면 순대가 서민들이 주로 먹던 음식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개쟝이나 우장증방, ‘규합총서에서 말하는 쇠창자 찜, ‘시의전서의 도야지 순대는 오히려 반가에서 만들어 먹는 고급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순대가 반가의 음식이 아닌 서민들이 먹는 음식으로 인식된 것은 1970년대 이후 양돈 사업을 장려하면서 당면이 들어간 순대가 만들어지면서부터...

 

그리고 반가에서는 국을 소고기로 끓였지만, 장터에서 돼지 창자로 만든 순대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먹는 순대국밥이 생겨나면서 서민을 위한 음식으로 자리 잡는다.

 

또 전국적으로 유명한 병천 순대는 50여 년 전 아우내 장터 근처에 돈육 가공 공장이 들어서며 그 부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순대다.

 

백암 순대는 50여 년 전 백암 근처 경기도 안성군 죽산면에서 만들던 전통 순대를 가져와서 백암 5일 장에서 풍성옥을 운영하던 함경도 출신의 이억조 씨가 순대와 국밥을 만들던 것이 그 시초다.